▲ 손영규(디자인학부·11)

「신입」은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지 1년이 갓 넘었을 때 연극을 연출해보고 싶어서 써두었던 작품이다. 따라서 말하자면, 태어나서 처음 써본 희곡이다. 물론 본 대학문학상에 제출한 버전에는 연극을 여러 번 연출하고 대학교 5학년이 돼버린 내가 이리저리 손을 많이 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처음 쓰고자 컴퓨터를 켰던 때가 선하기에, 지금 와서는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설정이나 표현도 고민 끝에 대부분 그저 남겨두었다.

누구나 이런 순간을 겪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분명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교육도 대한민국에서 충실히 받았는데. 진성 한국인으로 자라온 나조차도 전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가운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 이럴 때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하고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상황을 모면하는 그 순간. 상대방의 노련하고 깔끔한 결론에 나는 큰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Umm……”하면서 TV에서 본 외국인 같은 표정을 짓게 되는 그런 순간. 21살이었던 내가 첫 희곡으로 쓰고 싶었던 것은 그런 순간이었다.

어떤 이는, 이 순간에 누군가에 의해 발휘되는 이른바 ‘비겁한 판단력’이 남북분단으로 인한 징병제 때문에 생겼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어른 세대가 과거의 독재 체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도 한다. 이것의 기원을 밝히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겠지. 하지만 내가 관심 있었던 것은 비겁함이 노련함이 되는 그 기묘한 순간의 주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있었다.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를 매번 자처해오지는 않았나. 무거울 수도 있을 이야기를 왁자지껄한 코미디로 풀어본 「신입」을 읽으면서 느끼지 않아도 될 죄책감을 학우들이 마음 구석 어딘가에서 느껴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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