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채 교수(아시아문명학부)

 

평론 부문 응모작 「그래비티: 생명의 기본 원리를 담은 검은 화폭」의 관심의 초점은 다음 두 가지에 맞춰져 있다. 첫째는 알폰소 쿠아론의 장편 영화 「그래비티」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과학적 담론과 상징들을 읽어내는 것, 둘째는 우주 공간에 버려진 한 사람이 지구로 귀환하는과정을 통해 생명의 의미를 성찰하는 것.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장면과 서사가 얼마나 물리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는지, 또한 주인공의 지구로의 귀환 과정이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역사를 상징화해내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영화의 성취에 대해 감탄하는 데는 어느 정도동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명의 의미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쉽게 그럴 수 없었다. ‘제로섬 게임으로서 생명’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러했다.

생각건대, 이 글의 문제는 「그래비티」라는 영화 작품 하나만을 대상으로 삼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뭔가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은 다른 것과 견주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작품일 수도 있고, 다른 담론이거나 혹은 대상 자체의 밑자리일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건 간에, 견주지 않으면평가하기 어렵고 설혹 평가한다 해도 그 평가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래비티」가 뛰어난 영화라는 사실을, 과학 영화의 역사나 혹은 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그 사실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어떤 맥락 위에 올려놓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랬다면 글자체도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당선작을 내지 못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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