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물고 온 씨앗은 공생의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새가 물고 온 씨앗은 공생의 싹을 틔울 수 있을까?
  • 김지수 기자
  • 승인 2015.11.22 0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

흰부리딱따구리와 생태 파수꾼 이야기

필립 후즈 저/김명남 옮김

/돌베개/280쪽/1만 5천원

인류는 이제껏 멸종이라는 종 전체의 위기에 직면해본 적이 없었다. 인류는 산업혁명의 금자탑을 쌓으며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한 자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쉼 없이 달리던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의 증기기관차는 뜻밖의 복병을 마주했다. 산림이 급격히 감소한 지구는 19세기 후반부터 점점 뜨거워졌고 해수면은 상승했다. 기후는 종잡을 수 없이 급변했고 옥토가 줄어든 만큼 사막은 늘어났다. 어떤 지역의 주민들은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어 굶어 죽고,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침수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당면했다. 과연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서 자유로운가?

어쩌면 우리는 필립 후즈의 『사라진 숲의 왕을 찾아서』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국제자연보호협회에서 활동해온 환경운동가이자 『문버드』 『열다섯 살의 용기』와 같이 아이들이나 멸종위기 동물에 관한 저서를 써온 작가다. 그의 멸종위기 동물에 관한 그의 저작 중 하나인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쳐놓지 않는다. 단지 미국에서 불과 한 세기 만에 모습을 감춰버린 흰부리딱따구리의 종적을 다양한 사람들의 눈을 통해 부지런히 쫓을 뿐이다. 그는 책을 통해 새가 왜 멸종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해 서사의 사슬을 엮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숲의 왕’ 흰부리딱따구리는 보는 이의 경이를 불러일으키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가진 새였다. 화가, 수집가, 학자 등 직업군을 막론하고 밤낮없이 숲에서 야영을 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이 생물은 매우 까다로워 쉽사리 만날 수 없었다. 새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위해 사람들은 남부의 숲으로 갔다. 그들은 새를 직접 포획해 그림을 그리고, 울음소리를 녹음하며 그 만남을 기렸다.

허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대륙이 미지의 개척지였던 것처럼 새의 영토도 탐사의 대상이자 정복의 대상이 됐다. 전쟁으로 인한 목재 부족은 남부 개척으로 이어졌고 개척은 곧 열풍으로 변모했다. 새의 터전을 위협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희귀해질수록 그 값어치가 올라가는 표본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사냥꾼이 숲으로 향했다. 여자들은 모자를 장식하기 위해 새의 깃털을 원했다. 수많은 욕망들이 남부로 몰려들었고 그것은 곧 하나의 결과를 초래했다. 고작 한 세기 만에 흰부리딱따구리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새가 사라져가는 상황을 그저 두고만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새를 사랑했던 이들은 탐사하고 포획하며 정복하는 것만이 인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방법이라 여기는 자들에 맞서서 단체를 결성했다. 또 조류학자들은 “인간의 방식이 아닌 그들의 방식”으로 흰부리딱따구리를 연구하고자 했으며 그것이 진정으로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제임스 태너를 비롯한 학생들은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아 지속 가능한 연구를 위해 표본을 수집하지 않고 자연 서식지에서 직접 연구를 한 첫 세대가 됐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의 절멸은 인간의 손으로 쉽사리 막을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새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제임스 태너는 결국 눈앞에서 흰부리딱따구리의 멸종 과정을 목도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종종 그 유령 같은 새의 목격담이 들려왔지만,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과연 이것이 인간에게 들이닥칠 운명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저자는 흰부리딱따구리 이야기를 통해 모든 생물은 생태계라는 촘촘히 얽혀진 그물에서 각자의 매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도 이 그물 속 하나의 매듭이기에 생태계 파괴가 불러오는 연쇄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가능성과 의지를 믿고 있다. 책의 원제가 ‘The Race to Save the Lord God Bird’인 것은 그가 단지 자연에 대한 인류의 학정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멸종해가는 개체를 살리기 위한 인간들의 ‘경주’를 칭찬하고자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멸종이라는 종의 위기가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닌, 모든 인류가 경각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과제라는 그의 메시지를 명심하자. 비록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쁜 시대지만 그의 격려를 받아 사라져가는 종들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볼 차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