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주거권 보장을 위한 포럼

1,000에 50. 500에 30. 대학생이라면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매 학기가 시작하기 전이면 자취방을 구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서울시 1인 가구 비율은 24%로 1990년 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특히 1인 가구 중 청년층의 비율은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힘겹게 구한 집조차도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3년 1인 가구 청년층의 주거 빈곤율이 3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1인 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방안이 논의됐지만 미흡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주택과 사회주택을 도입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가 잦았다. 또 적정한 주택에 살아야 할 권리인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다룬 주거기본법은 시행도 하기 전에 주거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1인 가구의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한 서울시 비영리단체(NPO)들은 지난 7월부터 서울시 NPO지원센터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물을 논의하는 자리가 지난 18일(수) 서울시에서 주최한 ‘2015 NPO의제포럼X서울’에서 3가지 분과 중 하나로 열렸다. 포럼은 ‘건물 에너지효율화’ ‘골목길’ ‘대안적 1인 주거’의 3가지 분과로 진행돼 각계에서 온 참가자들이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거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현실=참가자들은 우리나라의 시민들이 주거권에 대해 갖는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거권을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인 시민권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기업 관련 사단법인 ‘seed:s’의 최설희 팀장은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아직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주거권이라는) 언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거권을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거권을 소유권과 대등한 권리로 인식하지 않은 채 소유권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임대업자, 세입자와 같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도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다. 열악한 주거상황을 개인의 부족한 경제적 능력의 결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홍정훈 간사는 “공공주택에 반대하는 단독주택 소유자들은 ‘공공주택에 들어올 청년들은 소유권도 없으면서 나의 소유권을 침해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과 분쟁 해결을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이날 포럼에선 주거권에 대한 인식 향상과 갈등 해결을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먼저 세입자의 주거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평생 월세 사는 세입자도 시민이다’ ‘권리는 너의 허락이 필요 없다’와 같이 공감을 살 수 있는 문구를 플래카드나 홍보물에 이용하는 것이 나왔다. 또 공동체가 결집하는 협의체나 대화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설희 팀장은 “현재 관련 역할은 도서관이나 동사무소와 같은 커뮤니티센터에서 맡고 있지만 세입자들이 참석할 수 없는 낮 시간대에 열리는경우가 많다”며 “대상자들을 새롭게 엮어 주거권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권에 대한 인식 향상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차원의 갈등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대업자들이나 공공주택에 반대하는 단독주택 소유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이웃기웃’ 입주민 장은선 씨는 “일본에서는 태양광 발전 설치를 반대하던 주민들에게 태양광 발전으로 나온 기금의 일부를 기부해 허락을 받아냈다”며 “임대업자들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고 협상의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운영팀 유인혜 씨는 “다른 주체들과의 공유를 통해 문제들의 해결점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는 걸 느꼈고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번 포럼은 NPO뿐만 아니라 행정직원, 사단법인, 일반인까지 여러 주체가 만나 주거권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또 참가자들이 예산 지원이나 네트워크 활성화를 약속하는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더 큰 논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실마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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