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인터넷 언론 생태계, 원인과 대책을 짚다

혼탁해진 인터넷 언론 생태계, 생존과 맞닿은 유통구조 문제

법적 규제는 부작용 우려돼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 필요해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포털)에 접속한 당신.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이름이 떠 있는 유명 개그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클릭.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된 기사를 읽었는데 이게 뭐람. 개그맨 이름이 글의 시작과 마지막, 모든 문장에서 여러 번 반복될 뿐 기사 내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당신은 키워드 반복으로 클릭 수를 늘리려는 인터넷 언론의 꼼수에 낚였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진 인터넷 언론사의 꼼수에 질 나쁜 기사가 범람하자 정부도 조치를 취했다. ‘물을 흐리는’ 언론사를 소탕하겠다는 대책,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개정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 언론의 기사 품질 제고와 함께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인터넷 언론 난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개정 이유로 밝혔다. 기사를 소비하는 이용자도, 생산하는 언론사도 인터넷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정글이 된 인터넷 언론 생태계

인터넷 언론의 형태는 다양하다. 크게 온라인을 통해서만 보도하는 독립형(「오마이뉴스」 「이데일리」 등)과 오프라인 매체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종속형(「조선닷컴」 「조인스닷컴」 등)으로 나뉜다. 독립형이든 종속형이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통로는 포털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88.5%가 ‘포털 메인 페이지의 뉴스 제목을 보고’ 인터넷 뉴스를 본다고 복수 응답했다.

◇인터넷 언론 생태계 교란시키는 기사 어뷰징과 유사언론 행위=언론사의 숫자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 언론은 5,950개다. 인터넷 언론 등록제를 시행한 첫해인 2005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3년간은 해마다 1,000개 이상씩 급증했다.

늘어난 숫자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기사 어뷰징(abusing) 문제가 대표적이다. 어뷰징은 포털과 제휴를 맺은 인터넷 언론사가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기사를 조작하는 행위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들어간 거의 똑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내보내거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가 그 예다. 어뷰징은 경험하지 못한 이용자가 드물 정도로 만연하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어뷰징을 ‘자주’ 또는 ‘매우 자주’ 경험했다. 심지어 몇몇 언론사에서는 어뷰징 업무만 전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뽑기도 한다. 어뷰징으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어뷰징 기사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 대신 ‘디지털 뉴스팀’ ‘온라인 뉴스팀’ 등의 모호한 조직명이 달리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유사언론 행위는 어뷰징과 함께 나쁜 기사를 만드는 주범이다. 유사언론 행위란 인터넷 언론이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를 포털에 내보낸 뒤 삭제 대가로 광고나 협찬을 따내는 것이다. 사주의 사생활을 왜곡하거나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식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비방성 기사가 대표적이다. 한국광고주협회 유재형 대리는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면 소비자는 보도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며 “악의적 기사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가 부정적 댓글이나 SNS를 통해 전파되면 2차, 3차 피해가 발생해 기업이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전했다.

소문의 파급력을 아는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를 대줄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한국광고주협회가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87%의 기업들이 유사언론 행위로 피해를 봤다. 구체적인 피해로는 ‘기업 관련 부정적·자극적 기사 반복 게재’(87.4%) ‘경영층 이름·사진 노출’(79.3%)이 증언됐다.

◇물 흐린 장본인은 중대형 언론사=주목할 점은 생태계를 흐리는 주범이 중대형 언론사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규모가 작은 언론사는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어뷰징을 할 인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은 “어뷰징을 하려면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하루에 20, 30건씩 올려야 한다”며 “소규모 언론사가 이를 감당할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소규모 언론사는 어뷰징이 발생하는 포털에 진출조차 못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포털과 제휴를 맺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중대형 언론사기 때문이다. 설사 포털에 진출했더라도 어뷰징을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김춘식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소규모 매체가 어뷰징을 하려 하면 포털에서 제휴를 끊기 때문에 겁이 나서 할 수 없다”며 “어뷰징은 오프라인 신문이 있는 중대형 매체가 일으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사언론 행위도 소규모 언론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광고주를 압박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광고주협회의 ‘2015년 유사언론 행위 피해 실태 조사’에 따르면 광고 협찬을 강요하는 식의 유사언론 행위가 대부분 5인 이상 매체에서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선정성 보도와 광고윤리 위반사례를 심의하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주의나 경고 조치를 받는 언론사들도 대부분 중대형 언론사다. 3명의 기자로 12년간 명맥을 이어온 대구지역 인터넷 언론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은 “선정성 보도 자체가 소규모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소규모 언론사가 심의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적발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인터넷에서 드러난 언론 행위의 폐해는 이용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뷰징을 자주 경험한 이용자일수록 포털과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사언론 행위의 일환으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작성된 기사는 이용자들의 불신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유재형 대리는 “일부 언론사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반복되면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고조시킨다”고 역설했다.

 

검색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문제의 원인은 언론사가 운영되는 자본의 논리가 저널리즘의 윤리를 잠식했다는 데 있다. 인터넷 언론사가 기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조에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와 언론사의 경영구조 문제가 얽혀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에서 최수진 교수(국민대 언론정보학부)는 “선정적 기사의 생산과 유통이 언론사의 생존과 직결되면서 구조화됐다”며 “기사의 질이나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무보다 트래픽(traffic)이 우선시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짚었다.

◇포털 중심의 유통구조=먼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대부분 기사는 포털이 장악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 이용자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현실에서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지 못하거나 포털 검색 서비스를 통해 노출되지 못하는 언론사는 인터넷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도형래 사무총장은 “포털 메인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에 대한 이용자 유입량은 일반적인 기사의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라며 “인터넷 매체는 포털에 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진입이 좌절되면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광고 수익에 목매는 언론사 경영구조=광고 수익 의존도가 높은 언론사의 경영구조는 기사의 질을 담보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나쁜 기사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이렇다. 기사를 돈 주고 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언론사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 수익이다. 이러한 광고 단가는 트래픽에 의해 매겨진다. 광고 수익을 늘려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언론사 입장에선 자사 사이트에 대한 방문자 수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포털에서 사람들이 기사를 클릭해 웹사이트로 이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기사는 포털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해 높아진 트래픽을 근거로 광고 단가가 산정된다”며 “이는 저널리즘 품질을 급격히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손 놓고 있는 언론사와 포털=문제가 심각한데도 정작 언론사와 포털의 자정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언론사는 포털 일변도의 유통구조를 내세워 생존의 절박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질 나쁜 기사가 나온 배경에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상업적 목적이 깔려 있어 언론사들도 질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성주의 인터넷 언론 「일다」 조이여울 편집장은 “언론사도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공공을 위한 행위가 아닌 영리만 추구하다 보면 기업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언론 행위가 적극적으로 돈을 끌어와야 한다는 현실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침해할 수 있다”고 일침을 놨다.

뉴스를 매개하는 플랫폼에 불과하다며 발을 빼고 있는 포털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유지웅 편집장은 “언론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차적 문제지만 이를 주변에 재전송하는 포털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쁜 언론이 실리를 챙기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데 포털이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자정 노력으로 성숙한 생태계 될 수 있을까

언론 생태계에서 드러난 폐단에는 분명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나 입법기관을 통한 법적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법적 규제가 인터넷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또 권력에 의한 규제는 언론 행위를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이강혁 위원장은 “최근 언론 환경을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건 언론 자유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권력에 의한 악용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법적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용자들도 법적 규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인터넷 언론 이용자 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어뷰징 개선방안’에 따르면 법규 제정을 원한다는 대답은 거의 없었다.

◇자율 심의의 실효성 높여야=지금으로선 자율 규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제껏 인터넷 언론사의 자정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업계 당사자들이 나쁜 언론을 선정해 공개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수준의 대처가 이뤄졌다. 2011년엔 정부 측의 규제 가능성에 대한 방어막으로 자체 규제기준을 밝힌 윤리 강령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심의기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었다. 우선 심의기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언론사가 수두룩했다. 또 언론사가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고, 심의결과가 강제력을 가지지도 못했다. 유지웅 편집장은 “신문윤리위원회에서 인터넷 언론에 선정성 보도로 경고해도 시정 조치를 하거나 정정보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자율 심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미디어의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황용석 교수(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6,000여개의 인터넷 언론사 중 자율 심의를 하는 곳은 100여개뿐”이라며 “자율 심의에 참여하는 언론사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율 심의결과를 포털 제휴 여부 평가 시 반영해 구속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그러나 여전히 자율 심의는 적발과 시정 요청을 반복하는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나쁜 기사가 남발하게 된 유통구조는 그대로 있고 개별 언론사만 다그치는 꼴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언론사와 포털이 동시에 쥐고 있다. 포털이 직접 나서서 실시간 검색어 등 내부 정책을 변화시켜야 지금의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돼야=지난 10월 발족한 ‘포털뉴스 제휴 평가위원회’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의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언론사의 포털 진입과 퇴출 권한을 독점했던 네이버와 다음이 제휴 심사를 외부의 독립기관에 맡기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털의 내부 정책은 변하지 않았고, 평가위원회의 구성도 이용자와 소규모 매체를 배제하고 있다.

이에 평가위원회가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포털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춘식 교수는 “평가위원회가 주류 언론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구성돼있다”며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참여해 나쁜 언론사를 걸러낼 수 있는 실질적인 제휴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위원회에 이용자를 참여시켜 포털 내부 체계를 개선할 여지를 늘리자는 것이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도 “자율 규제를 위해 포털이 각종 장치를 마련해놓고는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자율 규제에 업체뿐 아니라 이용자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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