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연구실 곳곳에 『대학신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서가에는 서울대인들의 상상력의 보고(寶庫)인 대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꽂혀 있고, 한 구석에는 엄혹했던 시절 후배의 의문사 사건을 보도한 1991년 3월 4일 자 신문이 색 바랜 모습으로 아프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찌 나만의 일이겠는가. 1952년 전란의 와중에 창간된 이래 『대학신문』은 줄곧 중요한 소통의 매개로서 서울대학교 구성원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래서 학교의 역사를 집필할 때 『대학신문』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요긴한 사료로 쓰이는 것이다.

매체 환경의 변화와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해도 그 역할과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대학신문』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를 통하지 않고는 학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파악하기 어려운 불통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그 의미는 한층 더 크게 다가온다. 지난 호만 하더라도 총학생회 선거, 도서관 홈페이지, 연합전공, 교육역량 강화 사업 등등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대학신문』이 서울대학교의 공기(公器), 소통의 매개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교수, 직원, 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매체가 돼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11월 9일 자 1면에서 ‘본부, 수강신청 취소 허용 기간 단축 논의 중’이라는 제목으로 비중 있게 다뤄진 보도기사는 주목할 만하다. 기사의 리드(lead)에서 총학생회와 학생들의 입장을 앞세우고 있긴 하지만, 어느 한쪽에 크게 치우침 없이 개선안을 추진하게 된 본부의 입장, 수요자의 선택권과 자율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학생의 입장, 그리고 정상적인 수업 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수의 입장을 두루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리고 현재 핫이슈인 총학 선거 관련 기사에 묻히지 않도록 ‘정신통일 2015’라는 제목의 4컷 만화에서 같은 문제를 재차 다룸으로써 사안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도 적절해 보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호인 11월 16일 자 사설에 이르러서는 수강 취소 허용 기간 단축뿐만 아니라 학점상한제, 중앙도서관 일반인 개방, 시흥캠퍼스 문제 등 학생들과 밀착된 주요 사안들에 대해 그동안 본부가 보여준 소통 부족을 지적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대학신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보도기사와 만화, 사설로 논의를 확장해간 입체적 구성은, 네 차례에 걸친 연합전공 교육과정 소개를 마무리하면서 연합전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 기획 연재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수강신청 취소 허용 기간 단축 문제는 같은 그룹에 속한 구성원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임에도 자칫 교수(찬성), 학생(반대)의 이항대립적 구도로 단순화돼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학점 인플레, 성적 평가방식, 재수강제도, 등록금 부담 증가, 강의 수준의 질적 저하, 사회진출 지연 등의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사안의 본질을 심도 있게 다룬 후속기사가 필요해 보인다.

『대학신문』이 소통과 공감의 매개로서 산적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의제를 선점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서울대인들과 더불어 성장해가길 바란다.

 

김현균 교수
서어서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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