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

난해한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고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렸는가? 사실 더 많은 지역 이름들이 왼편으로 계속 연결될 수 있다. 고리, 월성, 울진, 영광…. 이젠 아마 눈치채지 않았을까? 이 지역들은 바로 핵발전소 관련 지역들이다. 두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정도로 숱한 분노와 통곡의 아우성이 넘쳤던 밀양엔 신고리 3·4에서 생산된 전력을 실어나를 목적으로 765kV 송전탑 69기가 모두 들어선 상태다. 우리 서울대는 전국 대학교 중에서, 또 서울시에서 가장 전력 소비가 많은 기관으로서, 이 지역들에서 생산돼 송전망을 타고 오는 전력으로 지금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누리고 있다.

사실 제목에 나열된 지역 중 삼척과 영덕엔 아직 핵발전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지난 2012년 9월 정부는 이 두 곳을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하지만 삼척에선 지난해 10월 9일에, 영덕에선 며칠 전인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민간 주도로 자체 주민투표를 실시해서 투표 참여 인원의 84.5%와 91.7%가 반대의견을 표명했을 정도로 반대의견이 상당하다. 정부는 원전 건설은 국가사무라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기에 주민투표 결과가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영덕의 경우 투표인원이 주민투표법상 유효 투표기준인 총 유권자의 1/3에 미치지 못해 투표결과의 효력에 대한 다툼이 여전하지만, 현 영덕 군수의 득표수인 1만 1,437표에 버금가는 1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반대표를 던졌기에 도외시하기 어렵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이후 지역주민의 반대의견이 높아져감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는 명분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오는 30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는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산업혁명기 이전 대비 온도 상승 2℃를 넘지 않도록 하자는 데 합의한 상태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에게만 의무 감축목표를 부과했던 교토체제를 넘어 2020년 이후에는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신기후체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2015년 11월 11일 현재 196개 당사국 중 81.1%인 159개 당사국이 신기후체제 하에서 실천할 국가별로 결정한 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INDC)을 제출했는데 현재의 기여방안들로는 2℃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파리총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제출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감축수단으로 핵발전 확대를 제시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기후변화 위험을 완화하려면 탄소 배출이 적은 핵발전이 답이라는 것이다. 기후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핵위험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양자택일이 아닌 제3의 길, 안전하고 윤리적인 에너지 이용의 길이 있다. 그것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을 통해 소비를 줄이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늘려가는 것이다. 앞서가는 국가들은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서울대의 올해 상반기 전력 소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8.9%나 증가한 상태다. 우리는 정말 써야 할 곳에 전력을 쓰고 있는 걸까? 구조를 바꿔야 할 문제도 있지만 작은 실천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얼마든지 있다. 쓸데없이 켜져 있는 컴퓨터, 프린터, 전등, 비데…. 책상 위 멀티탭 사용을 위한 테이블 탭 앱이 개발돼 있지만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문제의 해결은 지금 당장, 여기 이 자리에서 시작돼야 한다. 서울대엔 온실가스·에너지 종합관리센터가 2012년에 설립돼 다양한 정보를 웹(co2.snu.ac.kr)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작이다. 그리고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기후변화 위험과 핵 위험, 우리는 둘 다 피해야 한다. 우리의 관심과 실천,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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