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언니’, 일본어는 ‘동생’”

▲ © 강정호 기자

 

최근 ‘일본어의 뿌리는 한국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미즈 기요시씨(전 구마모토대 교수)와 박명미씨(시모노세키시립대 강사)가 한국어와 일본어 어휘의 공통 어근 5천개를 연구해 쓴 『아나타(あなた)는 한국인』(정신 세계사)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한자어에서 차용된 어휘와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어를 뺀 순수 한국어와 일본어 고유어의 어근이 거의 같다”고 주장한다. 공동저자 박명미씨는 “두 언어의 유사성을 증명하려면 단어의 형태와 의미가 비슷하고 음운 대응이 규칙적인 사례를 찾아야 하는데 공통 어근을 밝히는 작업이 그것”이라며 “한국어와 일본어 어휘 중 공통 어근이 5천개 이상 나왔다는 것은 두 언어가 자매 언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자매어  공통어근 5천여 개 밝혀내

 

두 사람은 언어가 뜻에 비해 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단어의 뜻보다 발음에 초점을 두어 연구했다. 시미즈씨는 “한국어에서도 표준어 ‘먹다’를 경상도에서 ‘묵다’라고 발음하듯 언어는 모음 변화가 자음 변화보다 크다”며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 모음보다 자음이 안정돼 있어 자음 음운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한국어 ‘거미(gm-i)’와 같은 뜻의 일본어 ‘구모(kum-o)’에서 자음인 g와 k가 대응하며, 따라서 gm과 kum은 공통 어근이다. 책에는 구두(gud-u)와 쿠츠くつ(kut-u), 노루(noru)와 노로のる(noro), 바지(baj-i)와 파치ぱっち(pat-ti)등 어근이 같은 예 1300개가 실려 있다.

또 이 책은 발음이 서로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어휘들은 자음삭제[]순경음 탈락 등의 음운 법칙으로, 뜻이 다른 어휘는 단어 발생원리 등을 통해 어원이 같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현상을 보고 ‘닳다’라는 단어가 나왔듯이 일본에도 달을 뜻하는 츠끼つき(tuki)와 ‘닳다’라는 의미의 츠끼루 盡きる(tuk-ir-u)라는 단어 사이에 음운적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그 예다.

특히 일본어가 한국어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한국어가 일본어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박명미씨는 “언어의 경제성으로 인해 후대의 언어는 음운체계가 더 단순해진다”며 “한국어가 형태론적으로 더 복잡하며 한국어로 일본어의 체계를 설명할 수 있지만 일본어로 한국어 체계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어가 먼저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시미즈씨는 “이는 앵글로 색슨족이 유럽 대륙에서 게르만어를 가지고 영국으로 이주했듯이 한민족은 일본열도로 이주하면서 한어(韓語)를 가져갔다는 언어학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고대의 한국어를 한어(韓語)라고 칭하고 자매 언어 중 언니어에 해당하는 한국어를 반도 한어로, 동생에 해당하는 일본어를 열도 한어로 구별했다.

 

한국어가 형태론적으로 더 복잡  일본어가 후대어임을 입증

 

 이 책의 저자인 박명미씨와 시미즈씨는 2년 간 한ㆍ일 양국 언어 연구를 수행했으며 현재 책 발간 이후에도 공통 어근을 가진 어휘 5천개를 추가 발견한 상태이다. 이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우리가 탄생시킨 ‘한어비교학’을 계속 연구해 그 결과를 한국과 일본 학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글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이현복 명예교수(언어학과)는 “한ㆍ일 양국 언어의 유사성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는 형태로 엮어낸 것은 과거에 없던 일”이라며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한ㆍ일 양국 언어 어휘의 대응을 독자적으로 연구해 두 언어의 관계 규명에 큰 공헌을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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