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일 외교 장관이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했다. 재작년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됐지만 별다른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외교 협상에 귀추가 주목됐다. 양국 외교장관은 이번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일본의 책임 통감과 사죄 표명 △한국 정부의 재단 설치와 일본 정부의 10억엔 예산 출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결과를 받아든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합의 내용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주최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번 한일 외교 협상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30일 열린 1,211차 수요시위는 2015년의 마지막 시위로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난 9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번 수요시위에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3배에 가까운 인원인 1,000명가량이 모였다. 이날 집회에는 한일 외교 협상을 반대하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길원옥(87) 할머니가 참석했다. 몇몇 학생들은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참여했고, 협상 결과를 규탄하는 피켓을 준비해 온 일반 시민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 예정보다 늦게 시작된 수요시위는 고인들을 기리기 위한 촛불 점화식과 대금 연주로 시작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뜻 저버린 졸속 합의”=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한일 외교 협상이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위안부 문제가 일본 정부가 주체가 돼 자행한 전쟁범죄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과 법적인 절차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한일 외교 협상 결과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여’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고 법적 배상 대신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의 배상에 합의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협상 결과에 애초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나비네트워크의 김샘 대표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은 이번 타결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합의의 결과를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 양국이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합의한 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 이상 정부가 일본 측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대협은 수요시위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이번 합의를 “그들만의 합의를 통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다는 어이없는 약속”이라고 일갈했다.
◇평화의 노란 나비는 멈추지 않고 날아간다=앞으로의 투쟁 결의를 다지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수 할머니는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기 위해 끝까지 싸워서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경과보고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연대체와 전국적 조직을 결성하고 전 세계 평화지 건립과 수요시위의 전국 릴레이를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일본 대사관을 향해 구호와 평화의 함성을 크게 외치며 이에 응답했다. 
이날 집회는 한일 외교 협상 결과를 규탄하는 성명서 낭독과 지난해 고인이 된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헌화로 마무리됐다. 시위 일정이 마무리된 후에도 많은 사람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서성였다. 정기 수요시위에 처음으로 참여하기 위해 광주에서 왔다는 정우성 씨(31?회사원)는 “(이번 협상에서) 1965년 한일협정과 단 하나도 바뀌지 않고 똑같은 결과가 도출돼 너무나 속상하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까지 다 해결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류기환 씨(23?대학생)는 “합의를 무효화 하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대협과 같은 단체와 소통해 할머니들이 원하는 바를 궁극적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1,211차 수요시위 이후 청소년, 대학생 등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이번 협상의 결과를 규탄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또 정대협은 협상의 결과인 100억엔의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선언하며 재단설립자금 100억원 국민모금운동을 주관해 직접 재단을 만드는 것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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