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식 (경영학과 교수)

이제 여러분은 서울대 정문을 나서 큰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두렵지만 가슴을 크게 열고 온몸으로 큰 세상을 포용하십시오. 서울대는 졸업하지만, 진정한 배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세상초등학교’ 입학생의 마음가짐으로, 그렇지만 당당한 발걸음으로 세상에 첫발을 디디십시오. 세상은 코끝에 숨이 멎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대상입니다. 오늘은 더 이상 졸업이 없는 학생 신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합니다. 작금의 정치, 경제 상황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인정받는 서울대의 졸업생들은 미래에도 최고가 되고 싶기에 불안의 정도가 매우 클 것입니다. 순위 정하는 사회에서 겪는 아픔이지요. 삶의 가치를 출신학교, 연봉, 성적과 같은 상대적 순위로 매기기 시작하는 순간 그 불안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서울대’는 이미 과거입니다. 이제는 내려놓으십시오. 자기 삶의 가치와 본질은 잘 모르는 타인들의 평가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자기 삶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처럼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으로 정의되거나 평가되는 것을 허용하지 말고, 자기 자신(Self)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여정을 천천히 시작하기 바랍니다. 자기가 삶의 주체가 되는 그 여행은 훨씬 자유롭고 풍요로울 것입니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방벽을 쌓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서울대’를 자꾸 들먹이면 보이지 않는 방벽을 쌓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세상을 잘 배우려는 학생의 자세가 아닙니다. 출신 학교, 수저 색깔 등으로 방벽을 쌓는 이익집단을 만들기보다는 더 큰 공동체를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가슴 속에 당신 한 사람만이 있으면 그 존재의 크기는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재능을 공동체와 공유할 때 당신은 훨씬 더 큰 사람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재능이 덕을 능가하기보다는, 덕이 당신의 뛰어난 재능을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회는 대학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습니다. 사회에서는 수능시험이나 막 치른 기말고사처럼 문제가 주어지지도 않고, 마땅한 정답도 없고, 혼자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어려움, 위험, 실패, 때로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들이 여러분들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의지, 열정, 양심의 정도를 시험하기 위한 장애물에 불과하며, 사회 초년생의 학습을 돕기 위한 유익한 훈련 도구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따뜻한 봄날에 난이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것은 얼음같이 차갑고 혹독한 겨울을 견디었기 때문입니다. 역경과 유혹에 쉽게 넘어지거나 빠지지 말고 굳건히 버티십시오.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한 게임, 역경과 실패가 없는 게임에서의 승리는 기쁨과 보람이 없습니다. 인생은 정정당당하고 명예롭게 즐겨야 하는 위대한 게임입니다.

오늘 손에 쥔 서울대 졸업장이 여러분들 미래의 가능성을 구속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성취한 것이 많다고 생각할수록, 실패해 본 경험이 적을수록, 여러분의 결정과 선택은 보수적이 되고,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꺼릴 수 있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를 통한 학습 기회와 경험을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을 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입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용기 있게 도전하되, 목표와 성과에만 집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래의 목표와 성과에만 집착할 경우 삶의 과정을 송두리째 희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은 성과나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삶이라는 길(道)은 지금 여러분이 걷고 있는 발밑에 있는 것이지 종착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서울대를 멀리 떠나십시오. 그리고 ‘세상초등학교’ 입학생으로서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십시오. 그 배움은 정정당당한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배우는 학생이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합니까? 세상의 한복판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뚜벅뚜벅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자유롭고 멋있는 삶이 큰 바위의 얼굴로 저만치 앞에서 활짝 웃으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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