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개의 유전자가 12만개의 역할 할 수 있는 이유는?

 

▲ © 노신욱 기자

 

유전자 변이(Alternative splicing) 비율을 예측하는 김희발 교수(농생명공학부)의 이론에 관한 논문이 세계 5대 권위 학술지로 꼽히는 『Nature Genetics』 9월호에 실렸다. 『Nature Genetics』에 실험 결과가 아닌 이론이 실리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도 불구하고 김 교수의 이론은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게재가 결정됐다. 김희발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유전자 변이란 무엇인가

원래 단백질의 종류를 통해 추산한 인간의 유전자는 약 12만개 정도였다. 하지만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인간의 유전자가 3만개로 밝혀진 후, 3만개의 유전자가 어떻게 12만개의 기능을 발휘하는지가 큰 관심사였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력한 과정 중 하나가 유전자 변이인데, 이는 DNA 엑손(실제 유전자 정보를 지닌 DNA 조각)이 다양한 순서로 조합돼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조각이 되는 과정이다.

▲ 연구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에 연구한 이론을 통해 유전자 변이율(하나의 엑손 조각이 만드는 조합의 수)을 계산해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들판에 있는 사슴의 수를 알고자 할 때, 우선 100마리를 잡아 표시하고, 풀어뒀다가 다시 100마리를 잡아 몇 마리에게 표시가 있는지를 세면, 전체 사슴 수를 추정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전체 유전자 개수를 파악하는 방법이 ‘Ewing and Green 법’인데, 이 방법을 부분적으로 바꿔 유전자 변이율을 예측하는데 적용했다. 계산 결과 인간의 엑손 하나당 3.7개의 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또 생쥐의 경우 엑손 하나당 2.7개, 초파리의 경우 1.3개의 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통해, 고등생물로 갈수록 유전자 변이율이 증가하는 것도 밝혀냈다.

 

▲ 연구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유전자 변이율이 유전자 기능의 다양성과 관련돼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의 유전자 변이율에 대한 연구에서 독일의 피어 복(Peer Bork) 연구팀은 유전자 데이터에서 100개의 유전자 표본을 뽑아서 분석한 결과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 변이율은 같다고 발표했었다. 즉, 유전자 변이는 유전자가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것과 깊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또, 유전자 변이율은 실험에 쓰이는 유전자 수에 의존하므로 유전자를 전부 다 실험하기 전까지는 정확한 유전자 변이율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피어 복 연구팀과는 다른 방법으로 유전자 변이율을 계산해내, 유전자 변이가 유전자 기능의 다양화와 관련이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 연구가 더 진전되면 인간 유전자 기능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맞춤 치료에 대한 길을 여는 등 유전학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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