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교수의 연구실에는 책장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책이 한가득이었다. 산처럼 쌓인 책 더미는 그가 걸어온 정치외교학 외길 25년을 대변하는 듯했다. 윤 교수는 정년에 대해 “몇 달 더 있어야 실감이 날 것 같다”며 “정년 후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지는 점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 정치외교학부 윤영관 교수

윤 교수는 서울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가르쳤다. 국제정치경제학은 각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상호 연결돼 있다는 전제에서 경제관련 이슈를 정치적인 맥락에서 설명하는 학문이다. 그는 “강대국의 흥망사에 관심이 많았고, 이런 역사가 경제적인 매커니즘을 통해 형성된다고 생각했다”며 국제정치경제학을 연구한 계기를 밝혔다.

2000년대 초 윤 교수는 외교통상부 자문위원,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통일과 외교 관련 국가 정책에 이바지했다. 국가 정책을 수립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묻자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답했다. 윤 교수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시절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중임을 시인해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던 상황이었다. 그는 “한미 동맹을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2차 북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인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윤 교수는 통일을 우리나라의 체계적인 외교 전략을 통해 이뤄야 할 목표로 봤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일 및 대북정책에 대해 그는 “통일 대박론이나 남북간의 신뢰 강화 정책을 통해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한편 “궁극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윤 교수는 “좋은 연구나 좋은 책을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제자들의 교육”이라며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열정적인 학생 지도를 보여주듯 윤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교육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의 한쪽 벽면에는 윤 교수의 생일을 축하하는 학생들의 애정 어린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윤 교수만의 비결을 묻자 그는 “서울대 학생들이 본인들의 지적 능력이나 발전 가능성에 비해 위축돼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강의실 안팎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노력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꿈을 가졌으면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학생들의 현실적인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좋아하는 영역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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