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로 한창 분주한 윤순녕 교수의 연구실은 오랜 교직생활의 흔적이 가득했다. 41년 동안 교육과 사회활동에 헌신해 온 윤 교수는 “달리기를 잘 완주해 낸 기분”이라고 정년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있게 살았는지는 의문이 든다”며 “몰입할 만한 또 다른 분야를 찾아볼 것”이라고 정년 후 계획을 전했다.

▲ 간호학과 윤순녕 교수

윤 교수는 질병 예방이라는 개념이 확고하지 않았던 1970년대부터 지역사회간호학 연구에 몸담았다. 그는 지역사회간호학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생활양식을 파악해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며 “예방 개념이 널리 확산된다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줄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인 요구에 맞춰 보건소 서비스가 발전하도록 지역사회와 보건소의 상호 작용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예방 서비스는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의 특징에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높다”며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건소 역시 지역사회의 필요를 반영해 더 과학적이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 건강에 대한 윤 교수의 연구는 노인 요양 시스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요양 서비스가 질적인 개선보다 양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윤 교수가 말하는 핵심은 “노인 요양의 시작은 지역사회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요양 정책에 대해 그는 “요양 부문 정책들이 사회복지와 관련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지역시설과 주거환경을 기반으로 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우수한 지역사회 사업을 언급하며 “노인 요양 시설 및 서비스가 지역사회 구성원들 요구에 맞게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41년간의 재직 기간 동안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며 보낸 시간을 꼽았다. 그는 “농촌 보건소에서 1주일 동안 학생들과 먹고 자며 농촌 지역사회의 건강문제 해결에 힘썼다”며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그렇다면 윤 교수가 간호사를 목표로 하는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뭘까. 윤 교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사란 사람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환자가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차별 없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관악 캠퍼스의 넘치는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라”며 “캠퍼스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며 즐겁게 사는 대학생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진: 장유진 기자 jinoojang0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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