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시원섭섭하다”며 퇴임에 대해 간결한 소감을 밝힌 안중호 교수는 “하루 16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고 주말도 다음 주 강의를 준비하는 데 쓰며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지난 30년간의 교직 생활을 회상했다.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안 교수는 “구체적으로 준비된 바는 없지만 당분간 강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전히 바쁜 생활을 유지할 것 같다”고 전했다.

▲ 경영학과 안중호 교수

30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경영정보’라는 개념을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한 그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방법 대신 컴퓨터가 조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자신의 전공을 소개했다. 학부생 시절 단지 해외에 가고 싶어 외교학을 전공했다는 안 교수를 경영정보의 선구자로 만든 것은 도전하는 자세였다. 외교학을 공부하다가 행정대학원에 진학했고, 유학길에 오르면서 경영대학원을 택하는 등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그는 “이렇게 도전한 덕에 우리나라엔 없었던 컴퓨터매니지먼트라는 수업을 듣게 됐고 결국 경영정보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새로운 전공을 도입하는 것이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안 교수는 “인문사회계 출신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사람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탓에 갈등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공을 개설할 때는 물론이고 연구와 수업을 위한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경영정보학을 확립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므로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성과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연구부처장으로서 학교의 전산정보망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안 교수는 “당시 반대를 무릅쓰고 기숙사 방마다 통신망을 깔게 해 현재 모든 방에서 편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제안해 달라는 질문에도 “자신이 쌓아놓은 성과가 무너질까봐 개혁을 겁내선 안 된다”며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IT기반 경영전략도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라며 “현재의 첨단기술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가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후학들에게 “네트워킹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함께 일하고 공부한 사람들끼리의 상호작용을 잊지 않으면 훗날 적재적소에 그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전했다. 30년간 경영정보학의 토대를 쌓아 올린 안 교수의 노고를 이어받아 이제는 후학들이 그 위에 튼튼한 기둥을 세우길 기대해본다.

 

사진: 장유진 기자 jinyoojang0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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