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공학과 오형식 교수

추운 겨울날 따스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기자의 안부를 묻는 오형식 교수에게서 포근한 스승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오 교수는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라며 “정년퇴임이 나로서는 마무리지만 이 자리를 물려받는 후배들에겐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대한산업공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오 교수에게도 산업공학은 연구 대상이 다양해 정체성을 정의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그는 “40년 넘게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산업공학의 목표는 ‘나아감(better)’임을 깨달았다”며 “광범위한 영역에서 철저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과학적, 전략적으로 연구해 시스템적 발전을 꾀하는 것이 산업공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산업공학도가 가져야 할 자질과 태도를 강조하며 제자들을 꾸준히 격려해왔다. 그는 ‘Design the better world’를 주제로 열린 고별 강연에서 제자들에게 시스템적인 접근,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사고 및 분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그는 산업공학과 후배들에게 “방황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라”라고 조언을 건넸다.

산업공학 분야의 오랜 연구자로서 오 교수는 학문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한 제자들에게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 그는 2명의 제자를 떠올리며 “학문 연구와 진로에 있어 방향을 잡도록 도와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약 1년 전에 이들로부터 감사 편지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필적에 묻어 있는 제자의 마음을 보고 교수직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오 교수가 바라보는 산업공학과의 미래는 어떨까. 그는 산업공학도에 대한 인식과 사회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 교수는 “이전에는 산업공학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지만, 최근엔 CEO 중 산업공학 출신이 많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이 분야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서울대 학생들은 경쟁력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도 졸업 후 진로 방향을 잘 잡을 것”이라고 산업공학의 장밋빛 미래를 조심스레 전망했다. 또 그는 “우리 사회의 난제에 대해서도 산업공학적 기법을 적용하면 보다 창의적인 대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산업공학적 기법이 전 학문 분야로 확장되기를 기대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오 교수는 “영국 속담에 평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3가지가 있는데 이젠 ‘나누고 베풀어라’를 실천할 시기인 것 같다”며 “톨스토이도 사람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베푸는 사랑이라고 한 만큼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해온 오 교수가 앞으로 사회에 어떤 따뜻한 메시지를 전할지 기대해본다.

 

사진: 이문영 기자 dkxman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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