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의학과 홍삼표 교수

서울대 치과병원의 로비까지 마중 나와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홍삼표 교수는 커피를 권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히려 학생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고맙고 영광스러웠던 시간”으로 33년간의 교직생활을 요약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가 좋지 않아 치과를 다녔다는 그는 “유년시절 치과의사에 대한 선망이 지금의 길을 걷게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대한구강악안면병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홍 교수는 구강병리학에 대해 “진단하기 어려운 구강 병소*를 정확하게 진단해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의 주 연구 분야는 구강악안면, 즉 구강과 턱에서 발생하는 질환의 병리와 병태를 연구하는 것으로 홍 교수는 그중에서도 구강암과 치성 종양, 타액선 종양에 관한 연구에서 성과를 보였다.

서울대 치과병원의 임상치의학연구소 소장, 대한의료기기임상시험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한 홍 교수는 한국 치의학계가 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치과 진료는 95%가 의료기기를 통해 이뤄지며 약으로 처방하는 것은 5%에 불과하다”며 “치의학계가 발전하고 치과 진료가 더 나아지기 위해 의료장비와 기구를 보다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값비싼 의료기기를 수입해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홍 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은 많이 들어오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며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생명공학 기술을 IT, 나노 기술 등과 접목시켜 세계적인 의료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교수는 치과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서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나오는 의료기기는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 그들이 공인할 수 있는 임상시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의료기기 개발과 임상시험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그는 2009년 ‘의료기기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그가 소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과 2010년에 임상치의학연구소는 의료기기 시험검사기관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퇴임 후에도 명예교수로서 교직에 남아 강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힌 홍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전 학년 학생들이 롤링페이퍼를 써서 준 마지막 수업”이라고 답했다. 그는 후학들에게 “자신의 입장보다는 남의 입장을, 나의 이익보다는 남의 이익을 생각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양심적으로 살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마지막 당부에서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진심이 느껴졌다.

 

*병소: 병이 발생한 부위

 

사진: 김명주 사진부장 diane111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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