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과 박선양 교수

수많은 환자들로 북적거리는 서울대병원 본관에 위치한 박선양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흡사 진료실에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41년에 걸친 재직 기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환자 진료에 보냈다는 박 교수는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시원하면서도 더 이상 환자들을 못 본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박 교수는 전공 분야인 혈액내과에 대해 “혈액암과 그 외 혈액에 생긴 다른 병을 다루는 전공으로 쉽게 말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에 생긴 병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액내과 환자들은 완치되거나 돌아가시거나 두 가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렇기에 더 완치를 목표로 환자, 가족, 의사 모두가 희망을 갖고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혈액내과의 경우 환자의 특성이 다 다르고 병의 원인 또한 수십 가지라 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듯 혈액내과에 대한 박 교수의 애정은 연구 업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한국인 혈전증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했으며 프랑스 연구진과 함께 혈전증 예방을 위한 국제적 진료지침을 개발했다. 또 그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골수 내 백혈병 세포 제거술을 국내에 도입했다. 이런 성과로 인해 그는 지혈·혈전 분야에서 독보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평생을 환자 진료와 연구에 보낸 박 교수는 사회환원 활동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혈액암협회, 조혈모세포은행, 혈우재단 등 혈액 관련 질환에 걸린 환자들을 돕기 위한 단체에서 활동하며 경제적, 의료적 지원에 힘써왔다. “창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단체도 있다”는 말에서 병원 안팎을 가리지 않는 의사로서의 헌신이 드러났다.

이처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박 교수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모든 환자들을 볼 수 없을 때”를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으며 그만큼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도 시사했다. 그는 “현재도 서울대 혈액내과에는 의사가 4명뿐”이라고 많은 환자 수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말에 박 교수는 “일단은 쉬고 싶다”며 “요새는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들려준 1시간 남짓한 MP3 파일에는 그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한 영어회화 문장이 담겨있었다. 박 교수는 “안 되는 것은 없다”며 “한 번 해서 안 되면 열 번, 열 번 해서 안 되면 백 번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못 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박 교수에게 은퇴는 새로운 꿈을 실현해나가는 시작으로 보인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혈액종양 환자의 암세포와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다음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 중 하나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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