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현실에 살면서 새로움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굴하려는 사람이 있다. 경영학, 미학, 정보문화학 세 개의 전공을 이수한 졸업생 이준범 씨(자유전공학부·09)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방송국 예능 PD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예능 프로는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포착해 현실을 재인식하게 하는 예술작품”이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학부 시절 다양한 수업을 통해 삶의 방향을 설정했다는 그에게서 한 학부생의 삶이 수업으로 인해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는지를 들어봤다.

◇세상을 담는 시각에 대한 모색=이 씨는 1학년 2학기에 우연히 들은 ‘서양미술사입문’ 수업을 계기로 계획하지 않았던 진로 선택을 했다. 그는 이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많이 회상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는 사람을 그릴 때 피부색, 머리카락 색 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색들로 세상을 칠하고 좋아하는 형태로 세상을 채우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카메라라는 훌륭한 기계가 있는데 나까지 세상을 똑 닮게 그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유년기를 보낸 그에게 서양미술사입문 수업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움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당대의 전형적인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작품을 창조해낸 피카소와 마티스 등의 예술가들을 예로 들었다. 그는 “틀에 박힌 잣대로부터 벗어나려 한 예술가들의 당당한 태도와 자신감을 보며 나 또한 그런 자세로 주눅 들지 말고 나 자신을 표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혁신을 지향한 예술가들에 대한 동경은 결국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는 “새로움을 기획하고, 그 새로움을 작품에 불어넣어 세상의 변화에 일조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예술작품을 만드는 진로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이준범 씨가 졸업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현재 방송국에 입사해 예능국 조연출로 일하고 있는 그는 작품 제작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제작 활동의 시작=그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데 “학부 때 했던 활동 중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전공 수업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 평소 현대 예술과 실험적인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미학을 공부하며 대중예술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대중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며 대중예술 분야를 진로로 삼은 계기를 밝혔다.

그에게 수업은 배우고 깨닫는 장이자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는 장이기도 했다. 그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에 자신감을 얻은 계기로 정보문화학 전공 수업인 ‘문화콘텐츠의 이해’ 수업에서의 라이브 공연 발표를 꼽았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장르의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라는 과제에서 그는 음악 분야를 맡았다. 그가 직접 제작한 라이브 공연은 학우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원래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즐겁고 행복하게 생각했었는데 반응이 좋자 내가 제작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정보문화학 전공 수업인 ‘미디어 인터페이스 입문’ 수업에서의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학교 야간 셔틀버스를 이용해 미디어 파사드*를 제작했다. 흔히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셔틀버스 옆면에 스크린을 설치해 매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을 사는 학우들의 삶을 셔틀버스에 오르내리는 영상으로 표현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10여 분 동안 상영된 이 영상은 학우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위로가 됐다는 반응과 더불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수업으로 첫발을 내딛다=예능 PD라는 직업을 갖게 된 그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예능 PD로서 삶의 희로애락을 포착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작품을 찍는 것이다. 그는 “시청자들이 예능을 단순히 웃고 마는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기보단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는 하나의 대중예술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감정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이런 감정들을 표현해 일상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그에게 졸업은 또 다른 수업에의 첫 걸음으로 보인다.

 

*미디어 파사드: 빔 프로젝터나 LED 조명을 이용해 건물 외벽에 콘텐츠를 투사하는 미디어 아트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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