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성큼 가까워졌다. 국회에서 유야무야 유예됐던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여야가 막판 공방을 벌이면서 선거철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선거구가 정해지면 지역구 내 선거운동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가 화두가 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이 요구되는 정책의제가 있다. 바로 청년문제다. 청년정책은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과 20%를 웃도는 주거 빈곤율은 계속 상승세에 있는 한편 최저임금은 올해 8.1% 한자릿수 인상에 그치는 등 청년들의 현실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

이런 현실에서 몇몇 청년들이 변화의 가능성에 믿음을 걸어보자며 한자리에 모였다. 4·13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23일 16개 청년단체가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여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를 출범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계획을 밝혔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청년의 삶과 정책, 정치 참여를 고민하고 총선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모든 청년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연결망이자 공동사업을 위한 단체들의 연대 기구다. 네트워크에는 청년유니온, 청년당당,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고려대 총학생회, 빚쟁이유니온 등이 참가했다. 사회를 맡은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선거는 때로는 무기력의 대상이 되기도 설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선거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청년에게 좋은 정치’를 위해 투표하겠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 23일(화)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 전국 16개 청년단체 대표가 모여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의 출범을 알렸다. 사회를 맡은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청년이 원하는 공천은?=이날 청년단체들은 이들이 선정한 공천 부적격 기준 및 인물을 발표했다. 총선청년네트워크가 추린 여섯 가지 공천 부적격 기준은 △청년팔이 노동개악 주동자 △채용비리 청년취업 강탈자 △청년비하 청년수당 망언자 △주거빈곤 청년부채 유발자 △청년기만 부모등골 파괴자 △청년임금 대폭인상 반대자 등이었다. 기준에 따라 김무성, 원유철, 최경환 의원 등 대표급 인사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16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이 공천 부적격 인물로 선정됐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천 부적격 기준을 묻는 설문결과도 발표했다. 설문조사엔 여섯 개 공천 불가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문항과 기존의 기준 외에 자유롭게 공천 부적격 기준을 제시하는 문항이 담겼다. 설문은 15일부터 8일간 만 18~39세 연령대에 있는 306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여섯 개의 기준 중에선 ‘청년팔이 노동개악 주동자’가 전체 응답의 40.5%를 차지하며 가장 많이 채택됐다. 청년참여연대 이수호 운영위원은 “일반해고 신설과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악과 이를 옹호한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 외 공천 부적격 기준을 묻는 설문 문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준은 부정부패·반칙 정치인에 대한 것으로 전체 기타의견의 14.5%를 차지했다. 이수호 운영위원은 “세부 내용으로 탈세, 투기, 군 면제 및 전과, 성 추문 등 다양한 형태의 부정부패 내용이 직접 거론됐다”며 “각종 청탁과 부정부당 이득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뤄 청년들이 공정함과 도덕성에 대한 기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변화에 투표하고 싶은 당신에게=이날 이들은 청년들이 서로의 처지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빚쟁이유니온 한영섭 위원장은 “청년문제가 구조의 문제임을 발견하기보다 (청년들이) 더 열심히 살지 못해 이런 상황에 놓였다고 자조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하루에 한 사람씩 최소한 50명에게 말을 걸면서 정치적 공론장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청년문제와 더불어 청소년문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10대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당하고 있는 게 부당대우인지 몰랐다”던 청소년유니온 백종현 위원장 후보는 “이런 문제는 총선·대선에서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문제를 주목하는 것이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이어졌다. 고려대 박세훈 학생회장은 “결코 청년만 잘 사는 사회가 오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삶에 대한 얘기에 정치가 진정으로 응답할 때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들은 정책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각종 캠페인을 기획해 더 많은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에는 ‘청년을 위한 10가지 우선정책 공동요구안’ 세부계획을 확정해 정당 정책질의 답변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배포하려고 한다. 이날 미리 배부한 요구안에는 노동, 주거, 부채, 교육 등 10개 분야에서 20대 국회에 요구하는 청년정책의 간략한 내용이 담겼다.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캠페인 사업도 준비 중이다. 3월 중 사업으로 청년단체 네트워킹 파티와 오픈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청년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기획했고 4월에는 세대연대 투표약속 캠페인으로 활동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총선청년네트워크는 대다수 유권자가 짙은 냉소로 선거를 바라보는 현실이지만 변화의 가능성마저 저버릴 순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경쟁적으로 선언되는 수십만의 청년 일자리, 수만의 청년 공공임대주택의 숫자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할 것”이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 걱정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집,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교육, 누군가의 것을 빼앗지 않아도 안정된 삶이 가능한 사회”를 촉구했다.

 

사진: 유승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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