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윤택(체육교육과 16)

“대학에서 뭐하고 싶어요?” 축구부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임한 임윤택 씨(체육교육과·16)는 “사소한 일이지만 악기동아리에 들어가 악기도 배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며 영락없는 신입생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학부 신입생 최초로 유럽 프로축구 리그를 경험하고 심지어 득점까지 기록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프로축구 선수 출신 신입생이다.

임 씨는 지난해 벨기에 2부리그 ‘AFC 투비즈’에 입단해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그의 축구 인생은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13세, 15세 이하 대표팀을 경험했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국내 프로팀 입단을 포기했다. 그는 “유럽을 돌아다니며 입단테스트를 치렀고 실제로 입단을 제의한 팀도 있었다”며 “하지만 계약 과정에서 협상이 불발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머물던 그는 2014년 AFC투비즈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2년 만에 프로축구 선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임 씨는 지난해 5월 어린시절부터 그리던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했다. 프로축구 선수라는 목표를 이루고 득점까지 맛본 그가 오랜 꿈을 포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감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을 보고 그때 느꼈던 감동을 남들에게 다시 전하고 싶어 축구선수의 꿈을 가졌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프로선수로 데뷔해 골도 넣고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겉만 화려할 뿐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고민 끝에 더 이상 축구선수로 뛰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귀국 이후 임 씨는 축구선수 경력을 서울대 입학 과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내신이 9등급일 정도로 기초가 아예 없는 상황이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어려웠다”며 “수면시간이 길어야 3시간일 정도로 최대한 공부를 눈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막막한 순간에서도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어떻게 운동했는지 알고 있으니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한다고 전했을 때 많이 아쉬워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 반대보다는 선택의 폭을 열어주고 결정도 내가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또 임 씨는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이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네가 행복하려고 시작한 축구인데 그게 아니라면 네 생각대로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친구들의 격려는 다른 누구의 조언보다 그에게 힘이 됐다.

임 씨는 “예전의 축구처럼 뜨겁게 노력할 수 있는 새로운 꿈을 찾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학창시절에 운동은 물론 잠자는 시간, 식단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남들에 비해 개인훈련 시간도 많이 가질 만큼 열심히 했다”며 “다시 그때처럼 목숨 걸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운동하는 사람들과 주로 교류해 생각이 제한된 부분이 있다”며 “대학생활 동안 동아리, 모임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 씨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프로축구 선수를 포기한 자신의 결정은 물론 꿈을 이룬 후 느낀 허망함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10년 넘게 오직 축구에만 몰두해 온 진로를 바꾸는 일은 무모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대학 입학을 선택한 그의 결단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만큼 앞으로 그가 펼칠 새로운 꿈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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