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위해 노동자를 일용잡부로?



 

▲ ©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공기봉 시민기자

 

서울대에는 350여 명이 청소, 경비 등에 종사하고 있다. 준공무원 신분으로 13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던 이들은 2000년 서울대가 입찰가능 최저가격을 제시한 (주)대호안전관리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시설노조원들은 하루 8시간, 정규직 신분일 때와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36만 1600원을 월급으로 지급받게 됐다. 그해 5월부터 전면 파업과 문화관 점거 농성을 벌였으나 월급이 5만원 정도 인상됐을 뿐이었다. 그리고 2004년, 여전히 이들은 파견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다.

 

 

근로자 파견제도는 파견업체(고용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한 상태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사용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해 관리비와 세금, 보험료, 작업도구, 수수료 등으로 30~50% 정도를 가져가는 형태로 이뤄진다. 파견업체의 고용 직원인 파견노동자는 실제 일하는 사업장에 속해 있지 않으므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평균적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60%가 채 안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제한적 허용에서 제한적 금지로 비정규직 급증할 것

 

노동부는 지난 10일‘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 법률’개정안(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컴퓨터 전문가, 번역가 등 26개로 제한(포지티브 리스트)되던 파견근로자 허용업종이 건설, 선원, 의료, 위험[]유해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종(네거티브 리스트)으로 확대되고 ▲파견근로 기간이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된다.

 

 

개정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연맹은 “파견근로는 노동인력의 유연성 증가를 위해 불가피하며,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파견법은 노동자를 죽이는 행위”라며 파견노동 폐지를 주장해온 노동계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개정안은 파견 근로의 급격한 확대를 가져와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며 파견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열린 노사정위원회에서 잠정 합의된 ‘포지티브 리스트는 유지하되 파견허용업종은 확대한다’는 공익위원안보다도 후퇴했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 정지현 편집부장은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은 비정규직을 급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99년에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파견노동를 허용한 결과 비정규직이 4배 이상 증가했다.

 

 

불법파견은 합법화… 노동자의 주기적 해고 계속될 듯

 

노동부는 개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노동부 장화익 비정규직대책과장은 “파견근로는 3년간만 허용돼 기간제 고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노총 유정엽 정책부장은 “파견노동 허용기간 연장은 노동자의 교체 사용 주기가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 파견노동자의 주기적 해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개정안은 사업주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임금이나 해고 등에서 불합리하게 차별할 경우 최고 1억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며, 불법[]편법이 적발되면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철폐연대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업무는 완전히 구분되거나 정규직이 아예 없어 차별 여부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 양도연 차장은 “대부분 업종에 파견근로를 허용해 불법파견은 거의 합법화됐다”며 “불법파견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 말했다.

 

 

민주노총은 “파견법 개정 철회를 위해 한국노총과 협력해 총력투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파견법 개정 반대는 물론, 기간제[]단시간 노동 등 비정규직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종태 교수(경영학과)는 “고임금 저성장 시대인 지금, 비정규직을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노준기 교수(한신대[]사회학과)는 “이미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며 “노동자 착취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 선진국이 되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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