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강사

(소비자아동학부 아동가족학전공)

어린아이들은 설날이 되면 한 살을 더 먹고 드디어 자신이 더 큰 형님이 된다는 무한한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떡국을 두 그릇 먹으면 두 살 더 먹을 수 있으니 많이 먹으라는 어른들의 농담을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제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대학교 느티나무어린이집의 아이들은 형님이 됐다는 말에 으쓱해서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형님 암시 효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한 살 더 먹는 것이 마냥 좋았었는데 어른이 되면 가장 먹기 싫은 것이 바로 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중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 새해가 오기를 소망할 것이고, 그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대학의 새해는 3월에 밝아옵니다. 관악의 2월 마지막 한 주는 졸업하는 이들과 겨울방학이 끝나가 아쉬운 이들, 입학하는 이들이 이리저리 교차하는 분주한 시기입니다. 제가 박사 졸업을 앞둔 즈음, 문득 대학 입학을 위해 논술고사와 면접을 치르러 서울로 올라온 그 시작이 떠올랐습니다. 지방에서 살다가 처음 와본 서울 거리의 밀집한 건물과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저에게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 1997년 관악 신입생이 된 다음 저 역시 보통의 서울 사람들처럼 그렇게 바쁘게 지금까지 살아왔겠지요. 제가 저의 마지막 졸업을 앞두고 새삼스럽게도 십수 년 전 처음 서울에 온 그날을 떠올린 이유는 졸업 후 다시 생소한 길을 찾아 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고향 집을 떠나 짐을 싣고 서울까지 오는 길에 아버지 차 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제야 부모님 품을 떠나 독립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식하게 됐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하던 날 그제야 이제 학생 신분을 끝내고 독립해서 무엇이 됐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1997년 2월 말에 느꼈던 그때의 심정이 역류하듯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처럼 누군가는 3월이 오는 것을 피하고 싶겠고, 또 다른 누군가는 3월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요.

다시 즐거운 설날 이야기를 해보자면 설 전날 밤인 섣달 그믐밤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매우 바쁜 날입니다. 음식 준비에 집안 정리정돈에 다들 피곤할 만한 날이지요. 그런데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되니 불을 밝히고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는 설날을 맞이하면서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는 준비를 하라는 의미라 합니다.

바쁘고, 아쉽고, 두렵고, 설레는 관악의 2월 마지막 주는 새해를 맞이하는 섣달 그믐날 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관악의 품을 떠나 졸업생으로 출발하는 모든 이들이 올해 각자의 새로운 길을 이어가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관악의 품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저 역시 올해 평생을 배우고 실천해가는 중에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한 발 내디뎌 보려 합니다. 자 우리 (싫든 좋든) 한 살 더 먹고 큰 형님이 됐으니 자기 암시도 좀 하고, 다들 일어나 ‘노오오오오오력’을 하며 신나는 한 해를 만들어 봅시다! 지금 잠들어 있으면 눈썹이 하얗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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