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설렘을 안고 16학번 신입생들이 서울대로 찾아왔다. 서울대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이들을 환영하고 이들에게는 베일에 싸여있을 대학 생활을 소개해주기 위해 본부는 매년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2014년까지 2박 3일간 이뤄졌던 '새내기대학'은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참사 이후 학외 행사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지난해부터 하루동안 학내에서 '새내기오티'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 새내기오티는 문화관 대강당에서의 1부, 그리고 '캠퍼스 미션 투어'와 동아리 및 초대 가수의 공연을 선보이는 '열정 한마당'이 포함된 2부로 구성됐다. 총 2,100여 명의 신입생들은 지난달 12일과 14일, 이번달 15일(월)의 세 차례의 오티 중 한 번을 택해 참여했다. 대부분의 신입생에게 서울대와의 첫 만남일 새내기오티는 어떤 모습일까. 단어만으로도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 부럽고 궁금할 이들을 위해, 또 이들에게 서울대의 첫인상은 어떻게 남겨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대학신문』이 3차 오티에 동행했다.

▲ 총장잔디에서 신입생들이 날린 형형색색의 희망풍선이 드넓은 하늘을 채우고 있다.

◇일방통행식 정보 전달=1부 행사는 크게 '서울대에 대한 자긍심과 소속감 심어주기'와 '대학생활에 대한 안내'로 꾸려졌다. 교가, 홍보 영상, 김종서 교육부총장(종교학과)의 환영인사는 모두 서울대의 훌륭한 교육환경과 영향력을 자랑하며 새로운 구성원이 된 신입생들을 축하했다. 또 교과목과 학사정보부터 장학, 학생활동 등에 이르는 소개와 대학생활문화원(대생원) 및 인권센터의 프로그램 안내와 교육 등도 이어졌다.

그러나 30분만에 이뤄진 주마간산식의 설명에 많은 신입생들이 졸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입생 A씨는 “방대한 정보가 제공돼 무엇이 중요한지 와닿지 않아 지루했다”며 “양이 적더라도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생원과 인권센터 교육의 내용은 좋았다”면서도 “다소 형식적인 설명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환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서 있는 발표자와 메모조차 힘들었던 불 꺼진 관객석의 신입생들은 소통하지 못하고 있었다.

◇멀고도 험난한 관악캠퍼스 정복=1부 행사가 끝나자 고요했던 대강당은 각 반의 깃발을 흔드는 멘토들과 각자의 반을 찾아가는 신입생들로 떠들썩해졌다. 각 반은 2명의 재학생 멘토와 약 24명의 신입생으로 구성됐다. 어색함이 흐르는 강의실, 신입생들은 멘토의 진행에 따라 조원들과 자기소개를 나눴다. 주제는 온통 다가올 대학생활에 대한 것들이었다. ‘입학하면 밴드부에 가입하고 싶어요’ ‘교수님과 학문적으로 열정적인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며 다양한 포부를 풀어놓는 신입생들은 부푼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후 2시 총장잔디에서는 색색의 풍선이 하늘을 수놓았다. 황량하던 총장잔디에 풍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신입생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서로를 알아가며 다소 풀린 분위기 속에서 캠퍼스 미션 투어가 시작됐고 신입생들은 멘토의 지도에 따라 캠퍼스 곳곳으로 미션을 수행하러 바삐 움직였다. 미션 투어는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 장소의 미션을 수행해 점수를 받는 방식이었다. 학생지원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캠퍼스에 익숙해지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신입생들이 캠퍼스 미션 투어 중 문화관 앞에서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다.

실제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두레문예관 앞에서는 ‘요구르트병 쌓기 미션’이 진행 중이었다. 요구르트병으로 5명이 4단의 탑을 쌓는 간단한 미션이었다. 그런데 총장잔디에서 두레문예관까지 꽤 먼 길을 이동한 신입생들은 미션을 빠르게 성공한 뒤 다음 미션을 위해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대부분의 미션이 이런 식이었다. 신입생들이 그 짧은 경험으로 지리에 익숙해지기에 드넓은 관악캠퍼스는 너무나 복잡했다. 신입생 B씨는 “추운 날씨에 정신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지리를 익히지는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단순히 가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미션이 장소의 특색을 반영하고 있었다면 복잡한 캠퍼스에 신입생들이 조금 더 친숙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미션 부스 진행자들이 외주업체 소속이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부스 진행자들이 캠퍼스 투어의 중요한 역할이었음에도 보건소나 대생원 등의 기관 미션 외에는 이벤트업체가 하루 단위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진행을 맡았다. 학생지원과는 “소품 준비가 필요해 학생들에게만 맡기기에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보다는 멘토단 내부에서 미션 부스까지 운영했다면 더욱 매끄러운 진행 하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화려하지만 부담스러운 선물=한 시간 반가량의 캠퍼스 미션 투어를 마친 신입생들은 다시 문화관에 모였다. 문화관에서의 ‘열정 한마당’에는 각종 동아리 공연과 초청 가수 ‘여자친구’의 축하 공연 등이 이어졌다. 여자친구의 등장에 무대 앞으로 우르르 뛰어나가 사진을 찍는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대강당 뒤편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몇의 얼굴에는 무관심이 서려 있었다.

올해 새내기오티는 작년과 달리 2부에 참여하려면 참가비 2만원을 내야했다. 후드 집업 대신 야구 점퍼를 제공했다는 점과 초청 가수가 달라졌다는 점 외에는 작년과 프로그램 구성이 거의 유사했다. 신입생 C씨는 “2만원의 참가비를 내면서까지 참여하고 싶지는 않아 2부 오티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내기오티 참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데다가 요구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필수화되면서 몇몇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전해진 셈이다.

◇같은 반이었던 우리, 친해진걸까=모든 공연이 끝나고 캠퍼스 미션 투어 우수반 시상을 마지막으로 새내기오티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다. 새내기오티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타 단과대 학생들과의 친밀감 형성이다. 그러나 행사를 끝내고 인터뷰한 대부분의 신입생은 “아직 친해지지는 못한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친밀감이 하루만에 생길 수는 없겠지만 첫 만남에 어색해하는 약 24명의 새내기를 멘토 둘이서 모두 이끌며 진행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반별로 어울리는 시간 내내 멘토가 몇몇의 새내기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머지 신입생들은 휴대전화를 만지기 일쑤였다. 캠퍼스 투어 중에는 두 명의 멘토들이 앞장서 인솔하면 뒤따르는 신입생들은 삼삼오오 어울리기보다는 쭈뼛거리며 따라가는 모습이 왕왕 보였다. 각 반의 신입생이 30여명이던 작년에 비하면 개선됐지만, 활발한 소통을 위해선 멘토의 수를 늘리거나 한 반의 신입생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사진: 유승의 기자 july220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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