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내기였던 2014년 봄, 나는 『대학신문』을 처음 만났다. 그때의 신문엔 14학번 신입생 모두의 이름이 쓰여 있었고, 나와 동기들은 거기에서 서로의 이름을 찾으며 신기해 했다.

그리고 모두들 그 신문을 한 부씩 간직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때의 새내기들은 이제 3학년이 된다.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졌던 설렘은 사라진 지 오래고,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또 가끔은 내가 왜 이 학교에 오려고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이렇게 현실에 매몰돼 꿈을 잃어버릴 것 같을 때마다 나는 그 때의 신문을 다시 펼쳐보며 새내기의 꿈과 열정을 떠올려보곤 한다.

사실 나는 2014년 봄 이후에는 『대학신문』을 자주 보지는 않았다. 학내를 뒤흔드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종종 챙겨보았을 뿐이다. 그 덕에 샤인 사건, 수강신청 홀수학번 대란 등 학내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서울대의 다른 학우들과 함께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필자는 SNS를 하지 않기에 『대학신문』은 학내 이슈와 필자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소통창구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대학신문』은 내게 ‘학생사회와의 소통창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나는『대학신문』을 통해 학내 이슈들을 알아갈 뿐 아니라 서울대의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다. 사실 잘 보면『대학신문』은 보통 신문의 역할(사회에 대한 감시와 비판, 정보전달을 통한 공론화 등)에 더해, 서울대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는 역할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대학신문』의 역할은 이번 졸업호에서 특히 돋보였던 것 같다. 졸업하는 선배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년을 맞은 교수님들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나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만날 수는 없었던 타인들을 만나볼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전공이 다를지라도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졸업생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미래계획에 대한 인터뷰 기사는 '대2병'에 걸린 필자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이들 역시 내가 그렇고 서울대생 모두가 그렇듯 자신만의 어려움이 있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학업문제에 있어서, 경제적 문제에 있어 사연 없는 사람이 없더라. 그럼에도 각자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인터뷰이들의 모습은 권태에 빠진 나를 각성시켰다. 그리고 이제는 교정을 떠나는 교수님들은 ‘헬조선을 살아가며 탈조선을 꿈꾸는’ 2016년의 청춘들에게 나보다는 사회를 위할 것, 남을 배려할 것,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미래에 대한 비관론에 물들어있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노오력’하라는 말 대신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는 그들과, 그들의 삶 또한 인상 깊었다.

아무튼 아직 나는 관악에서 지낼 날이 많다. 얼마나 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대학생활 역시 『대학신문』과 함께 새내기 때의 꿈을 되새길 것이고, 학내 이슈를 알아갈 것이며, 서울대 내 많은 사람들을 알아갈 것이다. ‘신입생’란에 내 이름이 실렸던 그 날처럼, ‘졸업생’란에 내 이름이 실리는 그 날까지, 잘 부탁한다!

 

정영훈

사회복지학과·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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