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새 2달이 지나고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교에서의 시간 기준은 학기니 어떤 관점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2016년이 시작된 것이리라. 새해,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그 목표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교수님들, 직원 분들, 학생들, 특히 신입생들에게 2016년이 뜻하는 바를 이루는 해가 되길 바란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시작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짐하는, 즉 목표를 세우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금연에서부터 시작해 운동, 연애, 결혼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와 의지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시작에 앞서 개인이 세우는 목표다. 바로 이런 목표에는 개인이 되고자 하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시작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특별한 전환점을 맞이해 스스로를 다시 한번 다잡고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정하는 원대한 계획인 것이다.

그리고 매우 슬프게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그런 목표들을 만족스럽게 달성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결정한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웠던 세부 계획들, 그리고 이를 계획하며 굳게 결심했던 다짐은 곧 봄날의 나른한 햇빛과 함께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남은 것은 또 다시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기 혐오와 부끄러움, 그리고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와 체념이다. 작심삼일이라는 오래된 사자성어가 떠오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부끄러움조차 잊어버린 채 다시 마감 시간에 쫓기며 꼭 해야만 하는 일들만 간신히 끝내고 마는 반복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돌아오면, 이번에는 성공하리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다짐하고 지키지 못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되새기자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일이다. 나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다니 이렇게 나약한 내가 대체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한탄도 나온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차라리 인지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새해 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피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달성하지 못했던 수많은 목표들은 우리에게 단지 부끄러움과 자기 혐오만을 남겨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되고 싶은 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스스로 했던 노력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행동했다. 따라서 그 차이가 미미하더라도, 그래서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오늘의 나는 어쨌거나 그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간다. 그리고 이런 작은 차이로 언젠가는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당장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 실패가 몇 번이고 똑같이 반복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혐오와 부끄러움을 벗어 던지고 이루지 못했던 목표를 다시 한번 세우면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누적돼 언젠가 우리가 가고 싶어했던 그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상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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