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붕괴를 막으려는 긴 싸움의 시작, 파리협약
기후붕괴를 막으려는 긴 싸움의 시작, 파리협약
  • 권우용 기자
  • 승인 2016.03.06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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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제사회는 2020년 이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가별 의무를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을 체결했다. 파리협약 195개 당사국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평균온도 증가폭이 섭씨 2도를 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협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이 평화의 시작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면, 다른 쪽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협약을 통한 국제적 노력이 과연 효력이 있는지, 한국은 이런 국제적 흐름에 제대로 공조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 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kr

기후가 '붕괴'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2015년이 산업화 이후 지구평균온도의 증가폭이 1도를 넘게 된 첫 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평균온도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 자체에 혼란을 일으켜 엄청난 기상이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는 지난 1월 환경대학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앞으로 경험할 기후변화는 ‘기후 붕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역설했다.

지난 겨울 15년 만에 서울 역대 최저기온을 경신한 한파도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다. 정적인 대기상태에서는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회전하며 둘러싼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북극의 한기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진다. 이로 인해 원래 가끔만 남쪽으로 내려오던 북극 공기가 더 자주, 강하게 내려와 폭설과 한파가 발생한다. 국종성 교수(포항공대 환경공학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파와 폭설이 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 워싱턴 D.C.도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고, 중국 일부 지역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파리협약, 실속 있는 성과인가 허울뿐인 약속인가

이와 같은 인류 탄생 이후 최악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여러 국가들은 함께 노력해왔으며, 그 노력의 결과로 1997년 교토의정서가 체결됐다. 다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불참으로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6개의 나라가 협의를 거쳐 지난해 파리협약이 체결됐다.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은 앞으로 인류가 협력해 도달해야 할 건강한 기후를 약속한다는 점에서 목표가 같다. 그러나 교토의정서가 2008~2020년까지 적용되는 과거의 기후체제라면, 파리협약은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한 신기후체제다.

▲ 삽화: 이은희 기자 among0726@snu.kr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기여=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지는 38개 선진국에만 의무가 부여되는 하향방식이지만, 파리협약은 모든 국가가 자발적인 감축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s, 이하 기여방안)을 계획해 UN에 제출하는 상향방식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정필 연구부소장은 기후변화협약의 상향방식을 국제사회 타협의 결과로 해석했다. 선진국 중에는 의무적 할당 방식이 국가 주권이나 경제 상황에 불리하니 자발적 감축을 원하는 나라도 많았다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들은 중국 같은 신흥개도국의 감축 참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반대로 개도국들은 감축에 참여는 하되 일정 기간 동안은 자발적 목표와 계획에 따라 추진하기를 바랐다. 이 부소장은 “하향방식에 반대하는 몇몇 선진국과 자발적 감축을 선호하는 신흥개도국이 절충한 결과”가 이번 협정의 목표 설정 방식이라고 요약했다.

◇구속력보다는 협약 자체의 의미가 커=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기도 전에 탈퇴했고, 이후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탈퇴해 남아있는 교토체제 참여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교토의정서는 실패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에 파리협약도 같은 길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산정책연구소 최현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협약은 국내법처럼 불이행에 따른 벌칙을 포함하지 않는다. 국제협약의 구속력은 “법적 상관관계로부터가 아닌 정치적, 외교적 결과물”로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5년마다 강화된 감축 목표를 제출하는 정책과 감축 상황을 검증하는 기구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 위원은 “196개국이 협상을 완료하고 합의문을 도출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전했다.

윤순진 교수도 협정 자체를 맺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비방하기보다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토의정서는 의정서기 때문에 구속력이 있는데도 많은 나라가 불참했다는 점을 들며 “의무적이다 뭐다 해도 실효성이 없는 것보다는 모두가 참여하는 게 낫지 않은가?”라고 파리협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협상은 전 세계에 공개되므로 시민사회가 국가들의 공약 이행을 추적, 감시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기여방안 지켜도 2.7도 올라=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와 기후정책 평가분석기구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에 따르면, 각국이 제출한 기여방안이 모두 지켜져도 산업화 이전부터 2100년까지 2.7도가 올라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세계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현재 약 48GtCO2e*인데, 각국의 기여방안대로라면 2025년 52~54GtCO2e, 2030년 53~55GtCO2e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 추세를 막기 어렵다. 인류가 기온 상승 폭을 2도로 억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1,000 GtCO2e를 넘으면 안 되는데, 지금대로라면 이를 넘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 환경보호국 앨렌 퍼셋 연구원과 지구변화공동연구소 고쿨 아이어 연구원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각국의 기여방안이 완벽히 이행될 경우에도 2100년까지 지구평균온도가 2~3도 증가할 확률이 가장 높으며, 3~4도 증가할 확률이 그 뒤를 잇는다. 반면 2도 이하 증가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연구팀은 각국이 2030년까지 기여방안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2030년 이후 감축률을 높일 경우, 목표 달성 확률이 5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인류의 분발이 중요한 이유다.

최현정 위원은 평균기온 상승을 2도로 막자는 파리협약이 기후변화를 완벽하게 해결하자는 것이 아닌,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노력을 하자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해결은 아닐지라도 노력하는 만큼의 성과가 분명할 것은 확실하다”며 선진국에서 경제성장에 탄소배출이 동반되지 않는 긍정적인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윤순진 교수는 이번 협약이 ‘화석연료의 종말’을 고했다고 말하며, 기업도 재생가능에너지를 확충해 사용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전했다. 파리협약은 앞으로 인간의 행동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구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정부가 제출한 기여방안의 문제점

한국은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개도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를 할당받지 않았으나 빠른 경제성장으로 온실가스 대량배출국가가 돼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배출증가율 OECD 국가 중 2위(2013년 기준)가 됐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해 6월 30일 UN에 2030년 BAU 배출량** 대비 37% 감축하는 기여방안을 최종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여방안은 기후행동추적에 의해 배출량 감축 목표가 낮은 ‘부적합’으로 분류됐고, 감축 목표가 이전보다 진전되지 않는 등 다른 문제점들도 상당히 많이 안고 있다.

◇과도한 탄소시장 의존=한국은 감축 목표 중 1/3을 탄소시장을 활용해 해결한다고 밝혔다.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배출 권한을 탄소배출권 형태로 상품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개설한 거래소다. 하지만 현재 탄소시장은 재정조달 계획, 감축 방식, 제도 등 구체적인 실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 그 효과가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 목표의 상당한 배출량을 탄소시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매우 안이한 생각이다. 최현정 위원은 “국제탄소시장의 성격이 반드시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6월 정부 브리핑에서 외교통상부 최재철 기후변화대사는 감축량의 10~15%라는 큰 비율을 북한과의 탄소시장 거래를 통해 해결한다고 말했으나, 이는 남북관계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이나 다름없다.

◇산업계 미래경쟁력 퇴보=과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중소 영세기업 지원정책, 녹색기술 기반 산업 등 국가 미래 전략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현 정부는 산업계 감축률이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전략을 수정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결과적으로 산업계가 미래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치게 할 것이라 예측했다. 산업계 감축률이 낮을 경우 새로운 미래전략에 대한 투자 유인이 사라져 향후 국가경쟁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현정 위원은 정부의 감축 전략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만 산정한 채 연관 효과나 우리 산업계의 체질 개선을 고려하지 않은,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국가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전략의 관점으로 볼 때 산업계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체질 개선과 신산업육성 기회를 사라지게 만든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정필 부소장도 “이미 한국도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과거와 같은 경제구도를 갖고서는 녹색복지국가와 같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부실=한국은 전 세계에서 핵 시설이 가장 빽빽하게 밀집돼있는 반면,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은 OECD 최저다. 윤순진 교수는 “정부가 제시하는 감축 수단에는 획기적인 게 거의 없고, 원자력 발전만 확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은 반대로 간다는 것이다. 한국은 발전시설 주변에 인구가 너무 많아 위험하기도 하다. 윤 교수는 독일 같은 선진국처럼 원자력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진실하지 못한 태도=여러 면에서 진실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와 국제사회에 각각 정반대되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국내 브리핑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정양호 에너지자원실장이 핵발전을 고려한다고 표명한 것과는 달리, 파리협약에 제출한 기여방안에서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낮아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이정필 부소장은 “국내용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 증설의 불가피성을, 국제용으로는 핵발전 반대 여론 급증을 들어 기후변화 대응이 쉽지 않다는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최현정 위원은 신기후체제가 강대국 주도가 아닌 모든 구성원의 협치로 탄생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한국이 기후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달궈지는 지구를 위해 한국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심하고 미래경쟁력을 고양하려는 진취성을 보여줘야 한다.

 

*CO2e(Carbon Dioxide equivalent): 이산화탄소 등가치. 온실가스 종류마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

**BAU(Business As Usual) 배출량: 주어진 경제상황 하에서 예측한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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