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DBPIA 구독료 인상에 따른 엇갈린 반응

지난달 24일 중앙도서관은 예산 부족과 구독료 인상을 이유로 국내 최대 학술데이터베이스인 디비피아(DBPIA)에서 제공하는 학술지 중 일부를 구독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서강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도 구독료 인상을 이유로 디비피아의 일부 학술지를 구독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디비피아와의 계약 자체를 종료했다.

구독료 인상으로 울상짓는 대학원생들

디비피아는 2,015종의 학술지 및 196만편 가량의 논문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학술데이터베이스다. 국내에 등재된 학술지가 2,174종임을 감안하면 디비피아가 보유하고 있는 학술 자료량은 업계 1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현재 대부분의 연구자는 인터넷을 통해 논문을 다운로드 받아 보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비피아와 같은 학술 데이터베이스다.

논문 작성자가 학회지에 투고한 논문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종이 형태로 열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이 형태의 학회지에 수록된 논문은 직접 검색하고 찾아보기가 매우 번거롭다. 논문의 제목이나 키워드, 저자 등으로 검색할 수 없고 관련된 학회지를 찾아 그 안에 수록된 여러 논문 중에 원하는 논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움베르토 에코’에 대한 논문을 찾고 싶다면 기호학이나 이탈리아문학 등 관련이 있을 만한 학회지를 찾고, 그 안에 원하는 논문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때 키워드만으로도 인터넷에서 손쉽게 논문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학술 데이터베이스 회사다. 이들은 학회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온라인상에서 논문을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한다. 대학, 연구소와 같은 기관에서는 데이터베이스 업체에 구독료를 지불하고 소속 연구자들에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데, 이번에 본교 중앙도서관과 디비피아의 협상 과정에서 중앙도서관이 디비피아에서 제공하는 학술지 중 일부를 구독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장 피해를 입는 것은 연구자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로이 열람하던 일부 논문을 건당 6,000원~9,000원씩 지불하고 열람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디비피아가 독점 제공하는 학술지가 많은 한국문학, 한국사, 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우동현 씨(국사학과 석사졸업)는 “서울대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디비피아 저널을 이용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대학원생 연구자 입장에서 유료로 논문을 열람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우창(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씨는 “논문 한 편을 쓸 때 참고문헌으로 직접 인용되는 논문 수가 20개라면 실제로는 그 두 배가 넘는 자료를 읽어야 한다”며 “한 건당 6000원씩만 계산해도 20만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돈이 없는 연구자는 논문을 쓸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중앙도서관 측은 디비피아의 지나친 구독료 인상으로 인해 구독 중단이 불가피했다며 “보통 전년 대비 6~7% 정도 인상을 요구해왔는데, 올해는 30%를 넘어서는 인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디비피아 박대광 과장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가격 모델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자료량이 많고 가격이 높은 모델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구독료 인상으로 학회에 지급되는 저작권료도 늘어날 수 있고,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해 논문이 연구자들에게 더 많이 읽힐 수 있다”며 구독료 인상이 장기적으로 학술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비피아가 구독료 인상을 통해 얻은 수익은 디비피아만의 수익에서 그치리라는 것이 대학원생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디비피아가 구독료를 인상해도 논문의 작성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수익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자는 학회에 논문을 투고할 때도 논문심사비를 명목으로 학회에 돈을 지불할 뿐, 그 어떤 금전적 대가도 받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술성과를 학계에 알리고 다른 학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논문을 쓴다. 이후에 독자들이 학회지나 데이터베이스 업체를 통해 돈을 지불하고 논문을 읽더라도 논문 작성자에게는 구독료가 돌아가지 않는다. 수익의 일부는 저작권료로 학회에 지불되고, 대부분은 데이터베이스 업체가 가져간다. 우동현 씨는 “논문을 게재하고 논문에 대한 구독료를 수령하는 연구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 지식을 향해

가장 큰 문제는 논문 열람 비용을 높인 이번 디비피아의 구독료 인상이 장기적으로 학술생태계의 경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우창 씨는 “논문의 매매를 통해 각 연구자가 수익을 얻는 모델로 간다면 학술생태계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연구 결과를 쌓아가야 하는데, 이는 논문 가격이 상승할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우창 씨는 “논문 작성자의 입장에서는 논문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것이 중요한데 논문 열람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런 학술적인 대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비피아 측의 구독료 인상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대학 도서관들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김한빛 씨(국사학과 석사과정)는 “중앙도서관이 홈페이지 등에는 많은 예산을 사용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연구 데이터베이스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매번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학 도서관들이 해외의 학술 데이터베이스 업체에는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국내 업체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측은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는 제공하는 자료량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도서관이 협상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2년 하버드 대학 도서관은 전자저널공급업체 '엘스비어'의 부당한 가격에 항의하며 1만여 명의 학자와 함께 엘스비어를 보이콧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대학도 조직적으로 부당한 가격에 항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도서관은 “보이콧을 하면 결국 논문 이용자 분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보이콧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비쳤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논문에 대한 접근비용과 허가장벽을 아예 허물어야 한다는 ‘오픈액세스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신문』 2009년 5월 16일 자, 2015년 3월 8일 자) 누구나 논문을 보고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재사용하도록 하는 오픈 액세스 운동에는 저자가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뒤 별도의 개방된 논문 저장소에 다시 논문을 게재하는 '셀프 아카이빙'(self-archiving) 방식과 구독비용이 없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방식이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 개인은 자유로운 연구 교류와 논문 피인용지수의 상승을 꾀하고, 대학과 도서관은 학술지 구독 비용을 절감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공공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민간 업체와의 충돌, 연구자 자율성 등의 여러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눈앞의 여러 문제점을 넘어, 누구나 자유로이 지식을 공유하고 활발한 학술적 대화를 펼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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