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초,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재잘거리는 이 시기는 신입생을 포함한 재학생들에게 동아리나 학회 등의 단체에서의 홍보가 특히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다. 서울대에는 신입을 모집하고자 하거나 공연을 홍보하고자 하는 매우 많은 단체들이 있는데 비해 홍보 공간은 한정돼 있다. 때문에 포스터를 붙이는 벽이나 게시판 등에서는 각종 단체들의 열띤 홍보 경쟁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단체들의 홍보는 그들의 입장에서 필수적인 일이다. 특히 개강 초의 홍보는 1년 동안 단체가 걸어갈 길을 결정할 수도 있는 핵심적인 사안일 것이다. 그러나 막 봄의 기운이 싹트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캠퍼스를 걸을 때, 벽이나 게시판 등에서 다른 포스터를 무자비하게 가리면서 포스터를 붙여 놓은 모습을 흔치 않게 보게 된다. 이를 보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체의 중요한 일에 대해 홍보하려는 그 간절한 마음은 모두가 같다. 동아리의 홍보를 위해서 포스터를 직접 제작하고 붙여 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다. 그러나 똑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먼저 붙인 포스터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것을 붙이는 행위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욕망 하나에 사로잡혀 질서를 파괴하고 예의를 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보가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포스터를 먼저 붙인 이의 마음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서로 건전하고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게 되도록 조금씩 배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단 먼저 붙어있는 것을 무시하고 포스터를 붙이는 행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며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안민숙(서양화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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