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진원 석박사통합과정(산업공학과)

최근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인 알파고(AlphaGo)가 바둑 명인인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을 신청했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를 5대0으로 이겨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제는 이를 넘어서서 10년간 가장 강력한 기사인 이세돌에게 도전한 것이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서 학습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효용성이 높은 수를 고른다. 또 3,000만 개의 바둑 수들을 학습해 기존의 인공지능 바둑 알고리즘과의 500판 중 한 판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하는 압도적인 실력을 쌓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전에 바둑보다 훨씬 간단한 게임인 벽돌깨기, 갤러그와 같은 비디오 게임을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해 유명세를 얻었다.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서 학습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해당 게임을 전문가 수준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이 효과적이라는 점은 학습을 거듭하면서 해당 게임별로 일명 ‘꼼수’를 터득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벽돌깨기 게임의 경우, 딥마인드의 알고리즘은 벽돌의 한쪽 모서리를 먼저 깬 다음에, 그 틈에 공을 집어넣음으로써 공이 스스로 벽돌들을 깰 수 있도록 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IBM의 인공지능 체스 알고리즘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그랜드 마스터 중 최고로 평가받는 가리 카스파로프의 대결이 있었다. 1996년에 이뤄진 첫 번째 대결에서는 카스파로프가 승리했지만, 1997년에 치러진 재대결에서는 딥블루가 승리한다. 이때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의 특정한 수가 사람의 개입 없이는 가능하지 못한 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 특정한 수가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묘수가 아니라, 시간제한에 걸린 딥블루가 랜덤하게 놓은 수라고 한다.

인간에 맞선 또 다른 인공지능은 미국의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활약한 IBM의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4테라바이트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색해 퀴즈의 정답을 찾아냈다.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2명의 인간 챔피언을 상대로 왓슨은 압승을 거뒀다.

바둑은 체스와 퀴즈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게임이다. 바둑은 말들의 움직임이 체스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다. 퀴즈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창의성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데이터 검색 작업이다. 이번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성큼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게임은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 자체는 게임과 현실이 같다. 더 복잡한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점점 더 현실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대결을 통해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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