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항만이나 부두에 가 보면 배에 실려 어디론가 운송될 물건들을 가득 담은 컨테이너 박스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화물수송에 주로 쓰이는 이 금속으로 된 상자가 도시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면 어떨까? 건대의 커먼그라운드, 강남의 쿤스트할레와 같이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물들이 최근 도심의 이색적인 공간으로 탄생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듯 요즘 컨테이너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건축물 재료로 널리 사용되는 추세다. 컨테이너를 차곡차곡 쌓는 단순한 방식에서부터 다양한 형태로 기울이고 확장하고 조립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구조물까지 그 건축 방식과 종류, 쓰임새 또한 다양하다. 『대학신문』에서는 이런 컨테이너 건축물이 도시 공간 안에 스며든 풍경과 지역사회 문화·예술의 터전으로 거듭난 과정을 취재했다.

▲ 컨테이너의 양 면에 뚫은 창을 통해 바닷바람과 함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컨테이너가 여러 다른 재료들 가운데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컨테이너가 가진 본연의 이미지 덕분이다. 물류 산업의 중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컨테이너는 물류·항만 도시가 지닌 특색과 해당 도시의 시민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는 재료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과 인천을 들 수 있다. 특히 인천은 해운·항만·물류 도시인 동시에 국내 대부분의 컨테이너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다. 이런 인천의 송도동에 자리한 오션스코프는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들어진 전망대로, 이곳에서 인천대교와 서해의 일몰, 그리고 신도시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세워졌다.

▲ 오션스코프의 컨테이너가 바다를 향해 각각 다른 각도로 뻗어있다.

오션스코프는 전망대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인천이라는 도시가 지닌 역동적이고 비상하는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조형물의 역할을 하는데, 이를 위해 이전의 컨테이너 건축물과 달리 독특한 방식으로 컨테이너를 기울이는 방식이 사용됐다. 오션스코프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컨테이너 박스는 각각 10도, 30도, 50도의 각도로 기울어져 상승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컨테이너마다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각도에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컨테이너를 콘크리트로 만든 경사가 있는 지지대에 쌓아 다른 건축 재료들로는 만들 수 없는 형태를 구현해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를 통해 전망대에 오른 관광객들은 인천 바다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 오션스코프의 기획자 장길황씨는 36번 비행기를 타고 인천과 부산을 오가며 오션스코프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한 달만에 레드닷에서 대상을 받은 오션스코프를 만들 수 있었다.
▲ “컨테이너가 서 있는 모습을 본 적 있으세요? 여기서 시작된 거예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컨테이너만 보다가 새로운 형태로 세워져 있는 컨테이너를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오션스코프를 기획할 때 컨테이너를 분명히 세우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상승과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죠. 인천의 자연과 인천시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인천의 자연은 일몰과 서해로, 인천의 비전은 송도 신도시로 보여줍니다. 물론 컨테이너가 건축물의 자재로서는 어려움이 많아 용도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만이 가진 이미지가 큰 의미가 있죠.”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사상인디스테이션 또한 컨테이너로 만들어졌다. 다른 도시 사람들이 아닌 항구도시 부산 주민들에게는 더욱 익숙한 구조물인 컨테이너를 활용해 친근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익숙한 이미지로 시민들이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를 건축자재로 활용해 얻는 장점이 있다. 인천의 오션스코프는 시 예산으로 만들어진 공공 전망대기 때문에 예산 지원의 문제로 해가 바뀌기 전에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헌 컨테이너를 재사용하고, 컨테이너를 쌓아 올리는 것으로 극복했다. 실제로 컨테이너 3개를 쌓는 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돼 다른 자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었다. 부산의 사상인디스테이션은 공공부지에 세워진 가설 건축물이다. 공공부지에 건축물이 세워지는 경우 새로운 도시계획이 수립되면 해당 건축물은 해체돼야 한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은 컨테이너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가설건축자재들보다 해체가 용이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간을 갖출 수 있었다. 또사상구에서 진행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컨테이너를 사용했다는 이점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컨테이너 건축물은 지역사회에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은 지역주민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이다. 이곳은 공연, 전시, 세미나 등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부산은 대부분의 문화시설이 부산 동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사상구는 산업단지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사상구에는 인디스테이션이 세워지기 전까지 복합 문화 시설 형식의 공연장이 전혀 없었다.

▲ 컨테이너 내부의 노란 복도 옆엔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다.
▲ 사상인디스테이션의 내부는 철골 구조로 된 계단이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사이를 잇는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은 시민들에게는 인디문화 공연을 소개함과 동시에 청년 인디 예술인들에게는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인디 예술인의 입장에서 장소 대관에 어려움이 없고, 입지의 측면에서 접근이 용이해 창작활동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대부분 입장료를 받고 진행되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이 부담 없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정형화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다양하고 시민들도 향유하기 쉬운 것 위주로 시도를 하는 편이다. 지난해 7월에 있었던 ‘CATs취미의 재발견 전시’에서는 시민들의 수집품 중에서 키덜트 문화를 전시해 무겁고 어려운 주제가 아닌 즐겁고 편안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이처럼 컨테이너 건축물은 지역주민들의 창의적 생활문화를 독려하고 전시의 기회도 준다.

▲ 금요일 밤 늦은 밤까지 사상인디스테이션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우연히 만난 인디뮤지션 박형두씨는 밴드 '과매기'에서 베이스를 친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을 두고 ‘멋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국내의 공연장은 외부 간판이나 장식물로 ‘공연하는 곳이다’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외관의 모습부터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의 입지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용이하고 대관에 크게 어려운 점이 없어 확실한 도움이 됩니다.”

 

 

 

 

 

 

 

 

 

 

 

안양의 오픈스쿨은 2010년에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나 작품인 동시에 지역사회의 시민들에게도 개방된 공간이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개인전시나 주변 대학의 예술계 학생들에게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대관 신청을 받아 이 공간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컨테이너의 재료를 씌운 가설물 작품이지만 죽은 작품이 아니라 공공예술 활동이 진행되는 하나의 살아있는 작품,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컨테이너는 더 이상 단순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건축을 하고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재료로 발돋움 하고 있다. 여러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이 컨테이너를 소재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안양의 학운 공원에 위치한 오픈 스쿨은 큰 창으로 따스한 햇빛이 비쳐 들어오는 곳이다.
▲ 오픈스쿨은 투박한 외부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늑한 내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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