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석 박사과정

전기정보공학부 전자공학과

필자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유학길에 올라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친 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직장 생활을 거친 뒤 귀국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유학기간 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 학기에 걸맞게 ‘교우관계와 네트워크를 통한 적응’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중학교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미국의 보스톤 지역으로 옮겨갔다. 그 지역은 학생도시로 유명하며 하버드, MIT 등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학교들이 많이 있는 도시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갔기 때문에 홀로 와 있는 유학생들만큼 큰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면서 미국문화를 받아들이는 주변인이 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내성적으로 행동하며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불편해했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새로 전학 온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새로운 언어와 생소한 환경 등 모든 것이 새로웠던 나에게 친구들의 관심은 어쩌면 내가 이 사회에 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신이 어딘가에 속해있다고 생각될 때엔 결코 그곳의 물리적 환경에 익숙해져서가 아님을 몸소 깨달았다. 적응이란 것에 생물학적으로 생활하기 쉽게 변화하는 것이라는 뜻도 있지만 생활이 환경의 요청에 따라 여러 요구가 채워지고 조화를 이룰 때에 진정한 적응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타지에서 얻었다.

새로운 환경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그 환경에 대한 익숙함보단 그 환경에 대해 내가 느끼는 친근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때 나는 비로소 내가 그 사회에, 그 네트워크 안에 속해있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예를 들어 보자면 비록 서로 연락이 뜸하더라도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때 끈끈함이 있었고, 추억들이 생기며 그러한 생활을 영상적으로 잘 풀어냈기에 시청자와의 소통에 성공한 것 같다. 이런 옛날과는 다르게 요즘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손쉽게 사람들과 연결돼 물리적으로 연락을 쉽게 할 수 있는 세대가 됐다. 연락을 쉽게 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서로의 이웃에 대해 잘 모르고, 바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인데도 서로 못 본 척 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편리함은 줬지만 실상 관계의 시작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주진 않았다.

이제 3월이 됐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설레기도 두려워하기도 한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스마트폰과 잠시 떨어져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기존의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내 자신을 가둬 두는 것보단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에서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사회로 나가기 전 학생으로서 배워야 하는 자세일 것 같다. 새로운 학기에 주변인이 되지 말고 주체자로서 남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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