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인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이 끝났다. 결과는 비록 1승 4패로 이세돌의 패배였지만, ‘이세돌, 상금 대신에 국민 사랑을 가졌다’라는 기사의 제목이 보여주듯이 많은 이들이 이세돌이 보여준 투혼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구글은 구글대로 자신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화려한 데몬스트레이션으로 마케팅 목표를 달성한 듯 보이고, 한국기원은 한국기원대로 바둑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으니 대체적으로 모두가 승리자가 된 그런 이벤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과 바둑에 대해 일자무식이니 인공지능으로 인한 미래의 변화나 알파고와 이세돌의 승부수에 대한 평가와 같은, 지금까지 수없이 생산된 기사와 기고, 인터뷰에 더할 것은 없겠다. 다만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세돌의 패배, 즉 인공지능의 승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특히 세 번째 대국이 끝나고 알파고의 최종 승리가 확정된 시점에서 사람들이 표출한 인공지능에 대한 적대의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거기서 한 가지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는 왜 분노하고 혐오하고 체념했는가?

▲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첫 번째 주장은 결국 언젠가는 알고리즘, 즉 인공지능이 우리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번 이벤트 대국에서 드러났듯이, 인간은 인공지능이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모르며, 단지 그 결정이 인간의 결정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만 알 수 있다.(예: 내비게이션) 따라서 인공지능의 결정에 대해 따르면서도 이해는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이에 대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당히 익숙한 방식의 감정 표출로서,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것과 같은 인식이다. 이세돌을 한국의 대표이자 나 스스로를 대표하는 존재로 상정하고, 따라서 이세돌이 패배했을 때 분노하며 상대인 알파고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형태이다.

마지막은 가장 흥미롭고 주로 주류 언론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농담처럼 가볍게, 하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타난 인식이다. 그것은 바로 언젠가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그 후에는 쓸모없고 타락하고 사악한 인류를 제거할 것이라는 것이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그런 예상이었다.

마지막 인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그 기반에 깔려있는 근원적인 공포와 죄의식이다.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뛰어넘은, 또는 곧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존재를 목도했다. 그리고 이 존재에 의해 인간이 단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인간은 보다 뛰어난 존재가 나타날 경우 말살당할 정도의 악한 존재라는 인식을 그 기저에 깔고 있다. 인간은 지구의 암적인 존재라던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라는 생각은 모두 인간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결국 이런 인식은 인간은 다른 모든 존재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내재적 죄의식의 발현이 아닐까.

이 주장들에 대해 옳다 그르다 평할 생각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인공 지능의 시대는 오지 않은 미래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가올 시대에 대처할 충분한 시간과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 모든 예상과 불안, 기대, 호기심을 모아 최적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인공 지능의 시대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을 맞이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이상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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