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은 ‘제2의 가로수길’로 떠올랐지만 이젠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을 슬픈 운명에 놓였다. 가로수길을 비롯해 홍대앞거리, 이태원, 인사동 등 『대학신문』에서 문화특화지역(『대학신문』 2015년 3월 16일 자)으로 제시한 ‘뜨는 동네’들이 딜레마를 겪고 있다. 특색 있고 예술적인 정취로 손님을 끌던 작은 상점과 문화시설이 유명세를 탄 뒤, 잇따른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 소상공인과 예술인이 떠나고 그 빈자리를 프랜차이즈 상점에게 내주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되고 그 주기도 갈수록 빨라지자 서울시와 성동구 등에서는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 대책을 제시했다.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은 소유주와 임차인간에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며, 성동구의 경우 표준계약서에 임대료 인상 자제를 권장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러나 유도와 권장 등의 대책이 기본적으로 건물주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또 지역 정체성 유지를 위한 앵커시설 마련이나 장기 안심상가 운영 등의 사업 역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연극종합시설, 문화발전소 등 시설을 마련, 운영하는 방안이나 노후상가 건물주에게 리모델링 비용 3,000만원을 지원해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하는 정책(안심상가 정책)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단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임차인 보호도 충분치 않다. 현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5년의 계약기간 존속을 보장하고 있지만, 기간 만료 전에 임대료의 대폭적인 인상은 허용하며 이로 인해 소상공인 임차인이 계약 연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최초 계약 시 재건축 사전고지를 의무화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임대인이 재건축을 원할 경우 존속기간과 상관없이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는 재건축 예외 조항은 여전히 존재한다.

재산권이 헌법적 권리인 이상 그 제한에 대해선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지정과 같이 상생과 공익의 차원에서 영업을 제한하는 일이 합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 또 재개발의 경우 저소득층을 위한 저임대료 세대를 필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뉴욕시 의회 조례(2016년 3월 22일) 역시 우리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적극적인 대책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러한 대책이 건물주의 장기적인 이익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강조돼야 한다. 실제로 지나친 임대료 인상으로 기존 임차인이 떠나가는 건물이 많아지면 지역 정체성이 흐려지고 임대료나 자산가치가 거품처럼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은 국토부 조사(2015)에서 밝혀졌다. 홍대 앞 A급 상권의 공실률이 서울의 평균 공실률 3.7%의 두 배 이상인 8.4%에 달한다는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도시 속의 공간은 찾아오는 시민의 발걸음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공간의 생명력은 다시금 그 곳에서 생활하는 상공인과 예술인에게 생계와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해주며 상생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문화예술의 빛을 얻은 명소들이 우리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때, 그 가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임차대인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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