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대학 등록금 납부 방식

대학 등록금 납부 시즌만 되면 해마다 카드납부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카드업계에선 앞다퉈 카드로 등록금 수납이 가능한 대학 명단을 발표하고, 심지어는 비수도권 대학보다 카드를 덜 받는다며 수도권 대학을 저격하기도 한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카드납부제 활성화를 위해 관계자들의 협조를 구하고 법과 제도를 손보려 했다. 그러나 명목등록금 인하가 요원한 상황에서 카드납부제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카드납부제의 문제와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분할납부제를 살펴본다.

 

카드납부제, 학생에 수수료 떠넘기고 카드사 배만 불릴 수 있다

카드납부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그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액의 등록금을 한 번에 내야 하는 납부자의 부담을 덜 수 있고, 등록금을 내는 납부자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들만 보고 카드납부제를 환영하기엔 얽혀있는 문제들이 많다.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카드로 등록금을 냈을 때 대학이 카드사에 떼어 줘야 하는 1.5~2%의 수수료가 있다. 대학들은 1%대의 수수료가 모여 태산이 된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실제로 지금처럼 100명 중 1명꼴로 카드납부제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카드납부제가 확대되면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2013년 조세제정연구원이 서울시 31개 사립대학 등록금과 재학생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카드 결제 학생 비율이 30% 증가하면 이들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합해서 116억원에 이른다.(수수료 1.5% 기준)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대학은 전체 수입의 70~80%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수익 사업을 따로 하지 않아 수수료만큼 등록금(수입)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이 등록금인 우리나라 대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수료가 모이면 큰 출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제는 이 수수료가 도리어 학생들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카드 납부를 전면 허용하면 매년 수억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대단한 여윳돈이 있지 않은 이상 이는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대학의 카드 납부 거부를 금지하는 법안 심사가 이뤄졌을 때 제기됐던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했을 때 수수료를 학교가 부담하는데 그 부담이 나중에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금 납부자와 카드 납부자 간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학은 수수료 보존 차원에서 등록금을 올리거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출 예산을 줄일 가능성이 큰데, 현금 납부자들은 가만히 있다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선 막대한 수수료로 카드사 배만 불릴 바에야 학생들에게 그 돈을 투자하겠다고 말한다. 일례로 고려대는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허용하진 않지만 그 대신 학기당 4회 분납제도를 시행하고, 수수료 기대 액수만큼을 학내 복지를 위해 쓰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미래전략실 서민경 직원은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수료만큼을 장학 예산으로 편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할납부제, '안 해도 그만' 넘어 강제성 가져야

카드납부제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등록금을 나눠 낼 방법이 있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등록금 분할납부제(분할납부제)다. 이에 따르면 학생이 납부 연기 신청을 하면 대학들은 등록금의 3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납부기일을 2달간 연장할 수 있다. 분할납부제를 통해 학생들은 한꺼번에 거액을 마련해야 하는 고충을 덜면서도 카드납부제와 달리 이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대학도 수수료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교육부에 따르면 카드납부제를 시행하는 대학이 37.4%에 그쳤지만 분할납부제를 시행한 대학은 92.8%에 달했다. 현재 서울대는 3개 카드사(농협, 우리, 신한)와 가맹 계약을 체결해 학생들이 이들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낼 수 있고, 현금 및 신용카드로 학기당 4회에 걸쳐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이 제도를 도입한 것과 별개로 제도의 혜택을 받는 학생은 거의 없다. 2012년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분할납부제를 시행하는 대학 188곳 중 절반 이상의 대학에서 100명 미만의 학생이 분할납부제를 이용했다. 학생들의 저조한 이용률은 재학생 수 대비 분할납부제 이용 학생 수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재학생 5,000명 이상 대학 109곳 중 재학생의 4% 이상이 분할납부제를 이용한 대학은 24곳(22%)뿐이지만, 2% 미만의 재학생만 이용한 대학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유는 대학들이 신·편입생, 학자금 대출자 등은 분할납부제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충분한 분납 횟수를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할납부제를 시행하는 대학 중 한 학기 분납 횟수가 2~3회인 대학이 70%나 됐다. 한 학기 400만원 안팎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생이 분할납부제를 이용한다 해도 여전히 100만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한 실정이다.

분할납부제의 저조한 이용 실적을 의식한 정부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발표한 개선안에는 분납 횟수를 학기당 4회 이상 늘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입학금과 등록금을 동시에 내야 해 부담이 가장 큰 신입생은 여전히 배제됐다. 신입생들이 입학 이후 중도 이탈할 것을 우려해 등록금을 나눠서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신입생이 개강 이후 90일까지 입학 포기 의사를 밝히면 대학이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중도 이탈 가능성을 내세워 신입생의 신청을 제한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학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법도 제도 시행 현황을 대학정보공시에 반영하는 등 이미 시행 중인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정보 공개를 통해 대학을 압박하려 했지만 이는 대학이 신청 자격을 완화할 만큼 효과적인 제재가 되진 못했다.

그 결과 대학들이 분납 횟수는 늘렸지만 여전히 신청 자격에 제한을 둔 대학이 많다. 2014년엔 납부 횟수가 3회 이하인 대학이 75.4%로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개정안 발표 이후 납부 횟수를 늘리는 제도 개선은 꽤 이뤄져 지난해 9월엔 납부 횟수가 4회 이상인 대학이 78%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분할납부제를 시행하는 191개교 중 137개교(71.7%)가 신·편입생이 이용할 수 없도록 했고, 장학금 수혜자의 이용을 제한한 대학도 3곳 중 1곳에 달했다. 지난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등록금을 분할 납부한 학생이 3.4%밖에 안 되는 건 대학들이 이용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명무실한 개선안을 내놓은 교육부, 등록금 분납제도를 기피하는 대학들로 분할납부제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시행되는 분할납부제를 고등교육법 등 상위 법령에 명시해 강제성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금과 같은 교육부령으로는 구속력이 없어 대학 자율로 운영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덕원 연구원은 “교육부가 정책 차원에서 분할납부제를 확대하려고 대책을 세우지만 대학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선 법령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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