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지난 1월 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됐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온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제도화가 2013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거쳐 구체화된 것이다.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앞서 1월 20일에 열린 ‘크라우드펀딩 인프라 오픈행사’에서 “앞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신생·창업기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게는 스타트업 투자 붐을 일으키는 금융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티끌 모아 태산, 크라우드펀딩이란=크라우드펀딩이란 다수의 투자자가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을 가진 신생기업에게 소액의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인터넷 중개사이트를 통해 이뤄져 ‘소셜펀딩’이라고도 부른다. 모금자가 인터넷에 모금취지, 목표금액, 모금기간 등을 게시하면 다수의 개인은 중개사이트의 계좌로 돈을 보낸다. 모금이 성공하면 중개사이트는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제한 다음 모금자에게 돈을 전달해주는 식이다. 모금기간 내에 목표액이 채워지지 않으면 모금참여자가 투자한 돈을 모두 돌려준다.

기존의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후원이나 기부의 형태로 이뤄져 왔다. 이러한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나 사회활동가의 창작활동이나 공익활동에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 역시 7만명이 넘는 후원자가 제작비의 50% 이상을 후원해 개봉할 수 있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열리다=크라우드펀딩에는 투자를 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유형도 있다. 투자 유형 중에 대표적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증권을 매개로 투자해 지분 획득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금융권을 이용할 때보다 간편하게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지닌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신생기업이나 개발프로젝트의 개발자들에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유용한 이유다. 정부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제도화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유재훈 사장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신생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내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창조경제 실현에 일조할 것”이라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둘러싼 우려=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신생 기업에게 투자자금을 제공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순기능도 갖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증권신고서 등의 공시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러다보니 투자자는 기업에 대한 정보,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투자하게 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천창민 연구원은 “금융투자상품은 발행인에 대한 정보가 그 상품의 본질이나 다름없는데 정보공개의무를 면제하는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것인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불법이 쉽게 성행하기도 한다. 천창민 연구원은 “크라우드펀딩은 사기와 같은 불공정행위에 취약하다”며 “다른 유형의 크라우드펀딩보다 큰 금액이 오고가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정보의 비대칭에 취약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 유재훈 사장은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위한 안정적인 중앙기록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지원할 것”이라 설명했다.

현 제도의 투자 금액 제한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기업은 최대 7억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이 금액이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충분한 자금소스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창민 연구원은 “개별 투자자들에게 연간 500만원, 기업당 200만원으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데 적어도 기업당 제한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액 제한은 개별 투자자에게만 한정돼 있어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자를 모았다가 지난 2월 파산한 영국 기업 ‘Rebus’의 사례는 금액 제한이 소비자 보호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기업에 투자한 100여 명의 투자자들은 모두 투자금액 전부를 날렸으며 손실총액은 82만파운드(약 14억원), 1인당 손실액이 최소 5,000파운드(850만원)에서 최대 13만파운드(2억 2,000만원)에 달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창의적 아이디어나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신생·창업기업에겐 자금 조달의 기회를, 투자자에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투자의 위험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천창민 연구원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금 조달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의 최적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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