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월) 자정 경 정문 인근 순환도로에 설치된 성적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Queer In SNU)의 새내기 환영 현수막이 심하게 훼손돼 논란이 일었다. 큐이즈는 “현수막 훼손 여부에 대한 제보들을 통해 대략적인 시간대만 추정했다”며 “21일 오후 11시부터 22일 오전 1시 사이가 범행시기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큐이즈는 현수막이 누군가의 고의적인 파손 행위에 의해 손상됐다고 추측했다. 현수막은 지난 14일부터 게시돼 있었으며 22일 철거될 예정이었다. 큐이즈는 “철거 방식에 대해 본부에 문의한 바에 따르면 철거일이 지난 현수막은 회수돼 수위실에 맡겨진다”며 “현수막의 훼손은 학교의 정식 철거 절차가 아닌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큐이즈는 자체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범행자 혹은 목격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큐이즈는 “순환도로 부근에는 CCTV가 없어 주변 차들의 블랙박스 영상기록을 통해 범행현장을 확보하려 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차주들의 제보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큐이즈는 이번 사건을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간주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큐이즈는 “현수막 훼손은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자기표현에 대한 불관용을 동기로 한 증오범죄”라며 “증오범죄는 공동체 안에서 소수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협할 뿐 아니라, 공동체 내 다른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차원에서 성소수자 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큐이즈는 “범인은 손괴죄라는 실정법상의 범죄를 저지른 만큼 경찰에 사건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또한 훼손된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4)은 “무엇보다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론장을 훼손하고 공동체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한 큐이즈의 성명서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서 발의할 것”이라며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큐이즈에서 진행하는 추가적인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소위 김재용 위원장(경제학부·15)은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학소위의 이름으로 자보를 게재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위와 그에 따른 구체적 대응 방안들을 아카이빙을 통해 문서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중앙도서관 터널에는 훼손됐던 기존의 현수막이 다시 게시됐다. 현수막의 찢어진 부위에 반창고를 붙여 연결하는 반창고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반창고 캠페인은 24일부터 계속되고 있으며, 현수막은 매일 저녁 철수된 뒤 다음날 아침 다시 설치된다. 큐이즈는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으로 생긴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상처에 딱지가 앉아 새살이 돋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라며 “상처가 아물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지만 다음 주까지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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