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이지현 기자

경비원의 방해받는 휴게시간에 대해 취재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경비원들의 태도였다.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택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학생들이 문을 두드리는데 열어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당연히 불만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배치되는 이야기였다. 본부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을 때 날카로워졌던 비판 의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몇몇 취재원은 순조롭게 이어져오던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타협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외부인으로 기자를 보는 듯했다. 피해 당사자가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기자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스쳤다.

그러나 취재를 거치면서 당사자들의 인식 여부와 관계 없이 존재하는 명백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비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업무가 지속되는 휴게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니었다. 경비원 업무에 대한 수요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면, 이름뿐인 휴게시간을 주고 느슨한 경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대 주기를 줄여 더 많은 고용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명시된 휴게시간이 지켜지지 않음에도 경비원들이 별다른 불만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노조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노조 하는 사람들이나 시급 계산하고 따지지 일반 노동자들은 사실 총임금에 대해서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은 계약서보다는 현장의 수요와 자신의 직무적 책임을 더 중시하고 있었다.

또 본부는 예산 제약으로 인한 해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동시에 경비원의 업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휴게시간을 침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감시적 단속자 근로자의 업무는 피로도가 낮은 직업으로 인정돼 경비원의 최저 임금 기준은 일반 최저 임금보다 낮았다. 지난해부터는 그러한 규제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피로도가 낮은 작업이라는 인식은 남아있는 듯 보였다.

결국 휴게시간은 경비원들의 적당한 무관심과 책임감이 임금을 정확히 주기 힘든 예산 사정과 ‘경비 업무는 쉽다’는 인식이 합쳐져 만들어진 모종의 타협점과 같다. 모두가 지킬 수 없는 휴게시간임을 알면서도 이를 관행적으로 용인하며 이어온 것이다. 이는 어리숙한 외부인이 아니라 여러 주체들을 만나본 객관적인 기자의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덧붙여서 과민한 것인지도 모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사라진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심야시간에는 화재나 도난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비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이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지정함으로써 이를 책임지고 관리할 사람을 없앤다는 문제가 남는다. 큰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남는 것이 사실이다. 당사자 조차 문제로 느끼지 못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계약서와 현장의 관행적인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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