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 정치인의 현주소

한국 국회엔 청년이 설 자리가 없다. 청년 일자리, 주거, 부채 문제는 청년의 문제를 넘어 시대적 과제가 됐으나 국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청년 정치인이 정치권에 들어갈 통로가 없다는 데 있다. 정계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가운데 청년 정치인이 성장할 토양이 없다. 이번 총선에선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일정이 밀려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책이 되레 역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신문』에선 청년과 청년의제가 국회에 들어가기까지 어떤 진입장벽이 있는지 알아봤다. 기사에선 청년세대를 20, 30대로 정의했다.

청년 없는 국회...20대 국회 전망도 어둡다

국회가 나이 들고 있다. 19대 국회 현역의원의 평균연령은 54.5세였다. 지난 25일(금) 공천을 마감한 여야 후보자의 평균 연령은 55.2세로 19대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전체 유권자와 국회 연령대별 구성을 비교하면 더 극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청년 유권자 비율은 36%인데 비해 19대 국회 현역의원 중 청년세대라고 볼 수 있는 만 40세 미만 의원은 불과 8명으로 3%가 채 안됐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선 정당에서 청년 정치인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야가 비례대표 선출 가능권에 청년 후보를 공천한 것이다. 그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김상민·이재영 의원이 청년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됐다. 당시 제1야당 민주통합당에선 김광진·장하나 의원이 청년의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청년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이 연일 도마에 올랐으나 정작 20대 국회에서 청년의 수는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을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이었던 김광진 의원과 장하나 의원은 각각 전남 순천지역과 서울 노원갑 지역구 경선에 나갔으나 상대 후보에 패했다. 두 청년 후보 모두 상대가 지역에서 쌓아온 인지도와 경력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준석 후보가 서울 노원병 지역에 공천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손수조 후보는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공천돼 무소속 장제원 후보(전 국회의원), 더민주당 배재정 후보(현 국회의원)와 겨루게 된다. 두 청년 후보 모두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어 당선이 불확실하다.

청년 비례대표의원 공천 현황을 봐도 청년의 국회 진출은 적을 듯하다. 새누리당에선 청년 비례대표 공천인원을 1명으로 줄였다. 신보라 후보(33)만이 비례대표 명단에 7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더민주당의 경우 총 36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서 40세 미만 후보는 16번 정은혜 후보(33), 장경태 후보(34), 김영웅 후보(36)가 있다. 국민의당은 김수민 후보(30)가 7번에, 정의당은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38)과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책임연구원(37)이 각각 6번과 7번에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 27명의 비례대표의원이 있어 7번은 안정적인 선출 가능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더민주당에서 비례대표 16번 후보가 당선되려면 지역구 선거에서 34% 이상을 득표해야 하며, 정의당도 6번 후보가 당선되려면 12% 이상을 득표해야 해 당선을 기대하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각 정당이 청년 정치인 육성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공천 결과를 볼 때 정당에서 청년 정치인 재생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당의 경우 청년의원이 지역구 경선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도 후순위에만 청년 후보자 이름이 올랐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군을 모집하는 홍보가 미흡해 당내경선 모집단위에 4년 전에 비해 참가자가 372명에서 크게 줄어든 22명의 후보만이 지원했다. 공약을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청년 정치인 육성책이 보완은커녕 악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민주당 청년위원회 김영웅 부위원장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다 보니 (청년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지원자도 적은데 정치적 견해를 확인하는 과정이 부실했고 후보 선정 절차가 중간에 바뀌는 문제가 있었다”고 평했다.

청년 의제는 뒷전으로 밀려

19대 국회의 청년문제 의제화 실적은 좋지 않다. 서로 다른 세 개의 청년발전기본법이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발의된 법에서도 청년세대를 독립적 주체가 아닌 산업 역군으로 보는 시각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청년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의원도 청년의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장하나 의원은 주로 환경노동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총 68개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또 청년 관련 27개 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그 중 단 2건만 국회를 통과했다. 김광진 의원은 국방위원회·정보위원회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19대 국회에서 총 162개 법안 대표발의를 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다. 청년 관련 법안도 대학 기숙사 확대를 통해 청년 주거시설을 확충하는 내용의 법안을 포함해 16건을 대표발의 했으나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없었다. 김상민 의원과 이재영 의원은 각각 47개와 39개 법안을 대표발의 했으며 이중 청년 관련 법안은 2개씩 있었다. 그러나 이 네 개의 청년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진 못했다.

이들의 의정활동을 두고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선 청년대표로 선출됐으니 청년의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며 아쉽다는 평을 냈다. 김영웅 부위원장은 “김광진 의원이 임기 후반부에 (청년의제에) 관심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것을 본인도 아쉬워했다”며 “(청년 비례대표의원들이) 청년세대로서 청년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문제를 의제화하지 못한 것이 비례대표의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다른 의정 활동을 병행하기엔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김경용 위원장은 “청년 비례대표의원이 해당 상임위에서 우수한 역량을 평가받았지만 청년 정치 영역에서 잘 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면서도 “한두 명 국회의원에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정당 안에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의원 개개인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청년문제의 해결을 주문하기보다 정당 차원에서 당내 참여 기회 확대, 훈련, 보좌진 강화 등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청년 정치인이 성장할 토양이 부실하다

청년 정치인이 국회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면엔 정당 내 미흡한 미래세대 육성 환경이 있다. 젊은 정치인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19대 국회 비례대표의원 중 두 번째로 많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야당의 필리버스터 주자로 이목을 끌었던 김광진 의원도 지역구 경선에선 역부족이었다. 청년 비례대표의원 1기의 경선 탈락은 청년 정치인이 점차 역량을 기르고 경력을 쌓는 등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지지세력을 다질 기반이 부족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장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미래세대 정치인을 교육하고 길러내는 기제를 마련하는 것은 정당의 장기적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다. 각 정당 산하 청년·학생 조직 관계자는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해 당 차원에서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외국에선 청년 정치인이 지방에서부터 경험을 쌓은 뒤 중앙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의 경우 주요 정당의 청년 당원 조직인 ‘Young Conservative’와 ‘Young Labor’가 활성화돼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2살에 영국 보수당 정책연구소 특별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며 31살에 총선에 나섰다. 30대에 예비내각 교육부 장관, 하원 부의장, 부당수, 당수를 지냈으며 2010년 43살의 나이에 총리로 선출됐다. 노동당 당수로 보수당 장기집권 끝에 1997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 토니 블레어 총리도 22살에 입당해 41살에 최연소로 노동당 대표가 됐다. 또 스페인의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를 창당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14살 때 이미 스페인 공산당 청년당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이끌었을 땐 37살에 불과했다. 그리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대표도 25살에 좌파연합당의 청년 조직을 이끌었으며 지난해 총리가 됐을 땐 41살의 나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정당 조직 내 청년들이 중앙에서 하달된 업무가 아닌 정책 토론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청년국 관계자도 앞으로 “각 지역에 있는 당원협의회나 시·도당을 통해 청년 당원으로 가입해 지역 활동을 통해 풀뿌리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중앙 정치무대까지 진출하는 선순환의 구조가 지속”되도록 하는 과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지방의회에서부터 경력을 다져 중앙정치로 진출한 인물이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 재선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전 초대 홍천군의회 의원과 제4, 5대 강원도의회 의원을 거쳤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지방에서부터 경험을 쌓아온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한국에서) 정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라며 “생각보다 지방의회에 청년들이 참여하지 않아 (정치에 진출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대와 인물이 정치권에 진출할 길이 예전보다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화운동 시기에 활동한 386세대 정치인은 운동권 세력의 결집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반면 운동권 세력의 힘이 약해지고 정치가 운동의 영역에서 제도권 정치로 이행하는 시기에 새로운 세대가 정치권에 들어갈 길은 당내 청년 조직을 통해서뿐이다.

일부 청년 정치인은 주요 정당에서 청년의 입지를 확립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성 정치인이 이해관계와 기득권이 해체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386세대가 486, 586세대가 되면서 진보정치의 힘을 잃었다고 비판해온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은 지난 7월에 열린 서울시 청년주간 행사 토론회에서 “(정치 실권을 여전히 60~70대가 쥐고 있음에도) 586 정치인이 비판받는 것은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했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표에서 청년세대의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당이 청년문제에 귀를 기울일 유인이 부족하다는 설명도 있었다. 정당이 청년을 공천하고 청년정책을 주목하게 하는 유권자의 압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강원택 교수는 “운동권이 있던 시절엔 대학생이 정치에 관심도 많고 현실 정치에 목소리를 냈다”며 요새 청년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떨어지고 이전만큼 단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 효능감이 낮아진 청년세대의 무관심과 냉소가 정당의 방관으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는 비판이다.

미래 세대에게 정치 문턱 낮추려면?

정당과 청년이 멀어진 악순환 구조를 타개하려면 정당과 청년 위원회, 시민단체가 중장기적으로 정치권 안에서 청년을 길러내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기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 산하 청년위원회에선 청년이 정당 활동에 참여할 제도화된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당 청년 조직의 발언권이 약해 정당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청년 조직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청년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각 당내에서 주요 당직자를 비롯한 지도부 내 인적 구성에서 청년 정치인의 비중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며 정당 전반에 걸쳐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을 촉구했다. 김경용 위원장도 의사결정기구 안에 청년이 들어가는 것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의당은 지난 7차 전국회의에서 주요 의사결정기구 청년할당제를 통해 의사결정기구에 청년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적인 제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당에서 청년 입지를 확립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중앙당 당직자의 30%를 청년에 할당하도록 당규에 정했다.

또 당원과 비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 교육과정이 실질적인 청년 정치인 육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각 정당에선 청년 정치인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새누리당은 새누리 뉴리더 아카데미와 캠퍼스Q, 새누리정치대학원 등의 교육과정을 설치·운영한다. 더민주당 역시 당 내외에 관심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청년정치스쿨을 운영하며 현재 1, 2개월 교육과정에서 수료생 4기를 배출했다. 정의당도 미래정치스쿨에선 청년에게 정치 기초 소양을 가르치며, 청년정치참모학교에선 실무를 교육한다. 정의당에선 교육과정을 2020년까지 지속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 중인 점이 특기할 만하다.

그간 청년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정치권과 정당 안에서 해소되지 못했다. 정당은 청년을 육성하고 교육하기보다 단기적으로 표를 얻을 수 있는 영입 위주로 대해왔다. 정당 산하 청년 위원회는 청년들이 정당정치에서 효능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청년문제는 아직 정치권에서 실효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국회가 왜곡된 대표성을 바로잡고 청년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 때 본래 의미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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