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 노트 위 다색을 그리는 한국 클래식
오선 노트 위 다색을 그리는 한국 클래식
  • 고유리 기자
  • 승인 2016.03.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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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폴란드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실황 음반은 발매일 새벽부터 음반 매장에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현재까지 일반적인 클래식 음반 판매량의 40배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더불어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각각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두는 등 ‘국내파’ 음악가들의 활약으로 언론들은 2015년을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저력을 보여준 해’로 평하기도 했다. 

샛별처럼 등장한 젊은 연주자들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는 여전히 균형 잡히지 못한 공연 구조와 다양성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그러한 문제점들과 함께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가 겪는 변화상을 짚어본다.

 

한국 클래식이 걸어온 길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은 19세기 말 외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소개돼 교회를 통해 퍼져나갔다. 교회와 선교사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전달됐던 클래식 음악은 1970, 80년대에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정명훈, 강동석, 백건우, 김남윤 등 해외유학을 거쳐 국제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2세대 음악가들이 대거 등장해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로 인식됐던 한국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1988년에는 최초의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이 서울에서 개관했고, 서울국제음악제 등을 통해 레너드 번스타인, 마우리치오 폴리니 등 해외 클래식계 거장의 무대가 한국에서 펼쳐졌다. 이는 향유층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도 시립교향악단과 같이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오케스트라와 민간 오케스트라를 합해 100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으며, 클래식 전용 공연장도 전국 각지에서 지어져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음악가 차원에서도 한국 클래식은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악대학의 증가와 유학 자율화로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근 20년간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연주자는 70여 명을 넘겼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받는 베테랑 음악가도 많아졌다.

독주와 오케스트라, 최근에는 실내악과 작곡까지 분야가 다변화되고는 있지만, 예중과 예고를 거쳐 유학을 다녀오는 일련의 영재교육 과정으로 양성된 연주자들이 주목받는 우리나라 클래식계는 스타 독주자에 대한 주목도가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클래식 스타’ 조성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이 부족한 클래식 무대

그 수가 크게 늘어난 공연장을 중심으로 우리의 클래식은 나름대로 성장해왔지만 클래식 공연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다. 관람률 자체도 4.8%(2014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기준)로 높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유료관객이 많아 수익성이 큰 일부 스타의 공연과 유료관객이 적고 수익성이 없는 나머지 대다수 공연 간의 불균형이 문제가 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회의 관람방법 중 ‘초대권’의 비중은 2010년 35.5%로 대중음악(26.5%)이나 미술 전시회(20.7%) 등에 비해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다수의 클래식 공연에 돈을 내고 보는 관객보다 초대권을 받고 찾아오는 관객이 많음을 보여준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공연의 유료관객은 그렇지 못한 공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2014년 예술의 전당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공연이나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이 많은 콘서트홀의 경우 전체 관객 수의 53%가 유료관객인데 비해, 다른 많은 음악가들이 독주 무대로 찾는 리사이틀 홀의 경우 33%만 유료관객, 나머지는 초대관객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클래식계가 스스로 벽을 높이고 다양한 예술가와 다양한 공연을 만들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중은 스타 음악가 위주로 공연을 즐기고 공연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서 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 공연기획사들은 새로운 연주자를 발굴해내기보단 티켓 파워를 갖춘 일부 국내 연주자나 유명 해외 연주자를 섭외해 대관공연을 하고, 인기 있는 레퍼토리만을 선택한다. 공연장이나 기획사 차원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공연은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클래식 공연의 다양성은 억압된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무대 기회 자체가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정된 아티스트들만 유통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서양의 경우 여러 악기가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지방의 소규모 공연이 많아 팬들은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반면 한국 클래식은 독주 공연 일색이다. 앞서 말한 초대관객이 많아 수익이 나지 않는 공연은 바로 스타가 아닌 대다수 음악가가 경력을 쌓기 위해 초대권을 뿌리는 ‘경력용’ 독주 공연이다. 이에 대해 김시형 교수(명지대 작곡과)는 “음악회가 청중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순수한 의미를 벗어나 경력 한 줄짜리로 퇴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학에 임용된 교수의 경우 매년 음악회를 열어야 승진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교수직에 있지 않은 음악가에게 음악회가 미래를 위한 경력인 상황에서 경력용 공연은 계속 양산되고 있다.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앙상블 등 공연 팀은 독주가 아닌 무대를 만들며 음악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클래식 공연 생태계에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팀 체제’가 자리잡지 못했다. 오케스트라는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음악회를 자주 열기 힘들다. 이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전업으로 삼을 수 있고, 공연이 일주일에 한두 번 열리는 미국이나 일본 오케스트라의 경우와 대조된다. 3월 한 달만 해도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과 금호아트홀에선 실내악 공연이 독주회의 3분의 1도 채 되지 못했다. 최은규 음악평론가의 “세계적인 콩쿠르에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많이 입상하는 데 비해 세계 수준의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실내악단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뼈아픈 대목이다.

클래식 공연이 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어렵다. ‘지방’이라는 이유 하나로 클래식에 대한 수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공연을 기획하지 않거나, 공연장에 매년 배정되는 예산을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대중음악가를 섭외하는 데만 사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방에 위치한 500석 이상의 클래식 공연장은 약 400개로 해외보다도 많은 수준이지만 활용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소규모 공연을 기획하는 단체 ‘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는 “연평균 전체 공연횟수는 10회 미만에 그친다”며 “하드웨어(공연장)는 계속 만들어지는데 소프트웨어인 좋은 연주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양성되는 음악가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막막해 하고 있다. 음악대학에서는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한 실기 위주의 교육을 받지만, 정작 졸업한 이후 연주자로 설 수 있는 길은 좁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20여 개 대학 학과 중 성악과는 취업률 26.8%, 작곡은 25.1%, 기악은 19.0%로 대졸 취업률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공연만 하면서 팬들 속에서 성장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음악대학 졸업자 임지연 씨는 “주변에 연주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예중이나 예고 강사, 개인레슨 등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요가 적은 악기의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입단을 원하는 실력 있는 이들을 모두 단원으로 수용할 만큼 그 수가 많지 않다. 오보에 전공자 정서윤 씨는 “주변에 있는 실력과 경력을 갖춘 연주자 선배들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 하우스콘서트에서 현악4중주단 '아벨콰르텟이 연주하는 모습. 관객과 무대가 아주 가까이 있다. (사진제공: 더하우스콘서트)

다양한 형식과 레퍼토리를 선보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음악가들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다양성이 억압받는 현실에서도 한국 음악가들은 다양한 형식의 공연과 레퍼토리를 선보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국내 소규모 클래식 공연의 출발점인 하우스콘서트는 수십 명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대학로 공연장에서 매주 열린다. 박창수 대표는 “우수한 연주자들이 공연할 기회가 없어 실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연주자들에게는 돌아가면서 공연할 무대를 주고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게 해주면 서로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하우스콘서트는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음악가뿐만 아니라 지명도가 높지 않은 젊은 음악가까지 섭외한다. 음악가들 입장에선 돈을 들여 하는 경력용 공연이 아니라, 액수가 적어도 새로운 관객을 만나 자신의 연주를 관객과 나눌 수 있어 하우스콘서트 무대를 찾게 된다. 흔히 떠올리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선 관객이 무대를 스크린 보듯이 봐야 하지만 하우스콘서트의 관객들은 연주자의 바로 앞에 앉아 무대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우스콘서트는 2012년부터 소규모 지역 공연장 130곳에서 공연을 열었고, 세계 곳곳의 공연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편 오프라인 공연 시장에 한계가 있으니 음반에서 음원으로 음악을 펼칠 기회를 늘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 국내 클래식 곡은 유명한 음반임에도 음원 판매 사이트에서 검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장 진출이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 발매되는 음반의 경우 대부분이 디지털 음원으로도 서비스되고 있으며, 아예 음원사이트로만 유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불특정 청취자를 겨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150매 가량이 팔리면 스테디 셀러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에 비해 음원 사이트의 클래식 곡들은 100위까지 조회수가 만 단위일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다. 작곡가로 활동하는 김시형 교수는 2014년부터 ‘김시형 with, Weekly Project’라는 제목으로 매주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 음원으로 출시해 오고 있다. 김 교수는 “예술가도 이제는 개인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시장에 직접 나가보고 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국내엔 오케스트라가 설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전문성 있고 독자적인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끄는 몇몇 오케스트라는 이러한 토대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부천시립교향악단(부천시향)의 말러 전곡 연주 시리즈,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브루크너 시리즈는 특정 작곡가에 집중해 좀 더 전문적인 레퍼토리를 대중에게 소개한 오케스트라 공연이다. 다소 난해한 레퍼토리였던 말러의 곡은 부천시향의 전곡 연주로 수많은 ‘말러리안’(말러 매니아를 이르는 말)을 키워냈다. 2011년에는 서울시향에서도 말러 시리즈를 기획했으며, ‘말러 붐’ 은 올해에도 이어져 예정된 오케스트라 공연 중 말러의 교향곡이 포함된 공연이 10개에 이른다.

현대음악으로 레퍼토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서울시향이 진은숙 상임작곡가를 필두로 진행한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는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현대에 작곡된 곡만을 공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10년을 맞았다. 공연된 적 없는 현대음악 작품을 올리며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동시에 감상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더 많은 청중 속으로

독주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연을 꾸려가던 음악가들은 공연 시장 자체의 크기를 키우고자 미래의 팬들과 들어줄 귀를 찾아나섰다. 기업이나 지자체와 연계해 티켓값을 내리고 진입장벽을 낮춘 시도가 특히 많은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가 대표적이다. 교향악 축제는 한화의 지원을 받아 매년 4월 전국의 오케스트라와 유명 협연자가 약 20일간 다른 프로그램을연주한다. 전국의 유명 오케스트라와 스타 협연자의 공연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교향악 축제는 매년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대전 예술의 전당과 대전 KBS가 개최에 참여하는 ‘대전 실내악 축제’는 대전 도심 곳곳에서 ‘시티 콘서트’를 연다. 음악가들은 구청 로비나 건물 옥상정원 등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일상 속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만들어낸다.

국내 음악가들이나 기획자들은 특히 청소년들이 클래식 애호가로 자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시형 교수는 “어린 시절에 대부분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우지만 모두가 애호가로 자라지 않는 단절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음악교육의 공백을 메워주는 공연이 생겨났다.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가 기획한 ‘썸머 클래식’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작품 배경을 해설하는 콘서트다. 여름방학 시즌을 겨냥해 한번쯤 들어봤을 음악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생생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 썸머 클래식은 학부모와 청소년층의 호평을 받으며 3년 연속 세종문화회관 클래식 공연 중 유료 관객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공연기획사는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처럼 소비 시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공연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공연 문화의 다양성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오늘날 음악가들은 청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 클래식 음악계가 문제를 딛고 더 다채로운 모습으로 대중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애호가를 만나다

모든 음악이 그렇듯 음악의 가치를 알아주고 즐기는 팬은 음악 문화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클래식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애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들은 오래된 클래식 음악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동시대 연주자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클래식만의 묘미라고 입을 모은다.

 

▲ 박현후 씨가 DJ 박스에서 음악감상실 

손님들에게 들려줄 음반을 고르고 있다.

♬ 소리지기 박현후 씨(경제학부·12), 차우진 씨(자유전공학부·14)

Q. 소리지기는 어떤 곳인지?

(차우진, 이하 차)70년대부터 있던 학생회관 음악감상실에서 매일 8시간씩 4명의 DJ가 클래식 음악을 선곡해 틀어주고 있다. 현재는 22명의 학생이 소리지기로 있다.

Q. 당신을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이끈 곡은?

(박현후, 이하 박)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아버지께서 오디오를 좋아하셔서 들을 기회는 많았지만 클래식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아는 곡인데도 어느 날 다시 들으니까 너무 좋아서 끝까지 들었다.

(차)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듣게 됐는데 좋아서 다른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게 됐다.

Q. 여타 음악 장르와 다른 클래식 음악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박)담고 있는 내용이라고 할까, 선율의 진행이나 기법 등등 감상 포인트가 다른 장르보다 많은 게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Q. 음악감상실에는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이 찾아올 듯한데, 음악을 들으러 온 분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박)선곡한 곡을 감상실에 있는 칠판에 적어주는데, 곡을 메모해 가는 분들을 보면 뿌듯하더라. 가끔 자러 왔는데 왜 이런 시끄러운 교향곡을 트느냐는 얘기도 듣는다(웃음).

Q.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한국 클래식계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클래식 음악이 다른 음악보다 훨씬 ‘나은’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게 아쉽다. 클래식을 음악의 한 장르로만 이해했으면 한다. 클래식 음악에 장벽을 느끼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만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Q. 지금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것의 의미는?

(차)2~300년의 세월을 거쳐 살아남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곡이라도 시대에 따라 연주가 변하고 청중이 느끼는 바가 변해간다는 것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 풍월당 음악 아카데미의 모습. 음악에서 시작해

문학과 미술로 뻗어나가는 강의가 이뤄진다. 

(사진제공: 풍월당)

♬ 풍월당 최성은 실장

Q. 풍월당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풍월당은 클래식 음반 매장이자 강의를 하는 아카데미이고 종종 작은 음악회도 여는 장소다. 시작은 음반 가게였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몰라서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음반을 알려주고 나누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 아카데미는 처음엔 음반 판매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좋은 음악을 알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모이다 보니 아카데미로 매장을 유지할 정도다. 새 음반이 출시되면 간단한 공연과 함께 연주자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대담회도 연다.

Q. 클래식 음악 매니아들에게 상징적인 공간처럼 자리잡았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

클래식에 어떻게 접근할지 모르는 대중에게 적합한 음악들을 추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이 풍월당을 무조건적으로 쉽기만 한 대중화가 아니라 좋은 음악을 같이 듣고 공부하는 문화를 이끌어나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세상은 풍월당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하기도 한다.

Q. 요즘 주목하는 클래식 음악과 그 이유는?

소콜로프가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악보 사이사이의 행간을 읽어낸 듯한 연주가 매력적이다. 소콜로프는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음반이 너무 좋아서 페이스북에도 쓰고 매장에도 홍보했더니 2주만에 음반이 600장 팔렸다.

Q. 클래식 음악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지?

고전인 만큼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들리는 것도 재미있다. 음악에서 정신이 느껴진달까. 가령 베토벤은 당시 귀족들의 문화에 순응하지 않고 전례 없는 큰 편성의 곡을 쓰지 않았나. 알고 들으면 베토벤의 혁명 정신을 느낄 수 있다.

Q. 앞으로 풍월당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클래식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이 다 있는 곳, 단 한 사람을 위한 음반까지도 구비해 놓는 박물관 같은 곳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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