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돼 … 올해는 판매량 120만대에 달할 듯

▲디카로 사진의 대중화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가 일반인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서울사이버대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국내에 40만대 정도 보급되었던 디카가 2003년에는 70만대로 늘어났다.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코리아는 올해 판매량을 120만대로 예상한다. 전국에 퍼져 있는 디카족이 찍은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고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준다. 사람들은 ‘셀카’를 통해 ‘남의 시선’을 엿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피사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카는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다. 김혜진씨(한국외대 통역번역 대학원 1년)는 “예전에는 사진 찍히는 것이 두려웠으나 디카를 사용하면서 사진을 찍고 찍히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제 사람들은‘기록으로서의 사진’을 넘어 전문 사진가들처럼 새로운 기법, 시선, 이미지가 담긴 사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디카 열풍’이 예술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디카는 사진예술의 거름

이를 증명하듯 최근 사진전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전문 미술관인 대림미술관의 큐레이터 반진희씨는 “2002년 미술관 설립 당시에는 주로 작가나 그 주변인의 소개로 온 사람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다양한 연령대와 여러 부류의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섭 사진 화랑의 이장욱 큐레이터는 “으젠느 아제 같은 유명작가의 사진전에는 하루 관객이 250명에 이를 정도로 관람객의 호응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국내 작가의 경우 하루 평균 80명의 유료 관람객이 들어온다”고 했다. 국내 사진계가 유명 작가 전시회와 대형 사진전을 기획할 수 있게 된 이유도 관객동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은 사진집 구매, 미술 경매시장에서의 사진 구입 등으로 이어져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제작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이같은 대중들의 관심에 힘입어 사진은 더 이상 미술계에서도 주변부가 아니다. 월간 미술 성하영 기자는 “사진은 현재 제작되는 미술 작품의 30%를 웃돌고, 미술 박람회인 ‘아트 페어’에서 거래되는 미술품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사진평론가 최봉림씨에 따르면 최근 대형 화랑이 젊은 사진가를 키워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 작가의 경우 1점당 최고 300∼400만 원대의 사진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디카로 작가를 꿈꾼다

또 디카는 ‘사진가의 영역’을 일반인에게까지 넓혔다. 아마추어들에게 ‘전문 사진가와 같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 것. 아마추어 사진 공모전은 ‘준작가들’의 참여 열기로 뜨겁다. 디카 전문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공모전 담당 최지현씨는 “8일 마감된 ‘DICA로 보는 아름다운 세상 공모전’엔 3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디시인사이드’의 공모전엔 수백 명에서 1000명 가까이 출품한다. 인텔 코리아가 주최한 ‘One Digtal Day-일상, 꿈, 기억’ 전에는 아마추어 사진가 148명이 1609점을 출품했다. 선정된 작품은 65점. 심사를 맡았던 진동선씨(사진평론가)는 “일반인들이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출품했다”며 “사람들이 디카로 쉽게 그리고 많이 찍는 과정에서 창작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했다.

 


 ▲디카, 디지털 사진은 대세다

필름 카메라(이하 필카) 사진을 스캔해 디지털 작업을 하는 등 사진계는 이미 디지털화가 이루어졌다. 디카뿐 아니라 필름 스캐닝 후 보정을 통해 제작되는 디지털 사진은 합성, 변형 등 이미지의 조작을 통해 다양한 사진을 만들어 수 있기에 해외 작가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대 미술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독일작가 토마스 루프의 디지털 합성 사진은 1억 이상을 호가한다. 사진 시장에서 각광받는 대형 벽화 크기의 사진도 디지털 사진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대다수의 사진가가 필카로 작업을 한다. 촬영, 인화, 현상이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해 촬영 후 ‘보정’작업에 가치를 두는 사진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진가 최수임씨는 “작가는 새로운 기법을 모색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진합성 등 이미지 재생을 거쳐 ‘만든’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많지 않다”며 “패션사진, 광고사진 작업은 디카를 사용한다”고 했다. 최씨는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필카로 작업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다만 예술 사진에 있어 ‘필카 디카 우열문제’는 작가의 기호 문제로 생각했다. 필카 작업을 선호하는 작가라도 생계차원의 작업은 디카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사진가들의 성향처럼 국내 미술시장에서 디지탈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이장욱 큐레이터는 “대형 사진의 경우 필카로 촬영한 후 디지털 프린트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국내 수집가들은 디지털 출력물은 구입하기를 망설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디지털 사진은 ‘오리지널’의 관점에서 필카에 비해 불리한 점이 있다”고 말하는 계원예대 김정 교수(사진예술학과)는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다운 받아 출력 가능한 디지털 사진을 누가 선뜻 구입하겠느냐"며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마추어 감상용과 작품 시장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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