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부 김지수 기자

사실 다큐멘터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취재에 나섰을 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항상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단호하게 다른 채널로 돌렸고, 살면서 돈 주고 본 다큐멘터리 영화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그것도 독립 다큐멘터리만 잔뜩 상영해주는 축제라니. 영화제를 즐기러 간다는 느낌보다 부담감이 더 컸던 첫 관람이었다.

사전조사를 위해 영화제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 든 생각이 있다. 바로 ‘아니, 이런 것도 다큐멘터리야?’라는 생각이다. 상영작 목록만 대충 훑어봐도 소재부터 표현 방식까지 독립 다큐멘터리의 세계란 참으로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끌리는 제목의 영화를 클릭해 상세 설명을 읽어보자 놀라움은 더 커졌다. 그 다양함을 이제야 알아봤다는 사실에 미안함이 찾아왔다.

독립 다큐멘터리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기 위해 일단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예매했다. 첫 작품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극적 허구성 없이 사실적으로 전개한다’는 다큐멘터리의 정의를 충실하게 따르는 영화였다. 굉장히 잘 짜여진 영화였고 사회적 화두도 날카롭게 던져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새롭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와 화해하기 위해선 좀 더 눈이 번쩍 뜨이는 신선함이 필요했다.

결국 기자는 두 번째 작품을 보고 극적 화해에 성공했다. 바로 「범전」(오민욱 감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부산시 범전동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범전동은 해방 이후 미군 캠프 ‘하야리아’로 사용돼 오다가 2010년 부산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부산 시민들에 범전동 주민들은 포함되지 않는 듯하다. 미군 캠프가 철수한 자리에 부산 시민공원을 짓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의 독특한 점은 마을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소외됐다는 부당함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감독의 목소리는 최대한 배제한 채 회색으로 점철된 동네 곳곳의 정적인 풍경을 사진을 찍듯 롱테이크로 비춰줄 뿐이다. 종종 등장하는 주민들의 말소리도 혼잣말에 가깝다.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흔히 갖는 폭로의 방식보단 상실돼가는 공간을 단순히 기록하는 방식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카메라는 곧 철거될 동네를 오롯이 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범전동 구석구석을 지긋이 바라본다. 언뜻 보면 범전동의 영상화보집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어떤 방법보다도 효과적으로 범전의 철거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다큐멘터리란 장르를 떠올렸을 때, 현실 그대로를 담기 때문에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자가 영화제에서 직접 체험한 독립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손을 거쳐 현실을 조각조각 재구성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우리 삶 속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춰 세우기도 했다. 만약 아직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내년 인디다큐페스티발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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