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교육부는 서울대 및 16개 대학을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코어사업)에 선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정부로부터 총 37억원의 지원을 받으며 이 중 80%는 인문대가, 20%는 본부가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코어사업에서 교육부는 △글로벌 지역학 △인문기반 융합전공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 △대학자체 모델의 총 다섯 가지 발전 모델을 제시했으며, 이 중 서울대는 기초학문 심화와 대학자체 모델에 주력한다. 인문대 조형진 교무팀장은 “기초학문분야의 후속세대 양성을 목표로 지원금의 대부분이 학부생 대상 장학금과 해외 프로그램 지원, 소그룹 고전원전읽기 프로그램 등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학금은 연계학과의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학업지원금의 형태로 지급된다. 이어 조형진 교무팀장은 “일부 금액은 대학원생 연구 지원을 위해서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또 연합전공 동아시아비교인문학과 연계전공 고전문헌학, 인문데이터과학, 정치경제철학의 총 4개 전공이 신설된다. 인문대 신효필 교무부학장(언어학과)은 “인문학과 다른 학문을 연계한 전공들에서도 새로운 수업들이 많이 개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학교에서의 코어사업이 기초학문 축소와 운영 기간과 관련해 문제가 지적되는 것에 대해 인문대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형진 교무팀장은 “서울대의 경우 코어사업은 오히려 기초학문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지원금은 3년 동안 지급되고 운영은 5년 동안 해야 한다는 조항은 학과통폐합을 하는 학교에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신효필 교무부학장 역시 “시장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동아시아비교인문학이나 고전문헌학 전공을 신설하는 것이 어떻게 기초학문을 죽이는 것이겠느냐”며 “2년 동안 사업을 지원하고 결과에 따라 1년을 추가적으로 지원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며 지원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고고미술사학과/공명반은 지난달 21일에 있었던 제11차 인문대 단과대운영위원회(단운위)에서 코어사업에 대한 학생회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안건을 제출했으나,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공명반 변다빈 학생회장(언어학과·14)은 “서울대는 비교적 문제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기는 하다”고 말하는 한편 “하지만 교육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법인화 당시 장점으로 제시됐던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측면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문대 김광민 학생회장(철학과·13)은 부결된 이유에 대해 “서울대의 코어사업이 정말로 학문 발전을 왜곡시키는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문대 학생회가 이견안을 상정하기로 결론이 났으나 지난달 28일 제12차 단운위 결과 인문대 학생회가 제시한 이견안 역시 찬성 셋, 반대 넷으로 부결됐다. 김광민 학생회장은 “학내의 코어사업에 집중할 것인지 학외 상황과도 연계할 것인지가 논의의 중심 골자였다”고 설명했다. 변다빈 학생회장은 “이견안은 코어사업이 서울대 인문대의 인문학 진흥에 도움이 되는지만 다뤘고 전반적인 교육부의 코어사업에 반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코어사업에 대한 인문대 학생회의 공식입장은 4일(월) 열리는 제13차 단운위에서 나올 예정이다.

한편 인문대가 학생과의 소통에 있어서 미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변다빈 학생회장은 “논의 단계에서 학생들을 배제했다”며 “인문대에서 코어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한다 해도 학생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형진 교무팀장은 “방학기간 1달 안에 서류 작성과 기획이 모두 이뤄져야 해서 학생들과 논의할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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