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형교 취재부장

학생들의 정치의식 깊어지는 가운데

정작 학내 사안은 모르는 학생 많아

대학은 교육기관 이상의 ‘작은 사회’

정보 교류 통해 공론장 형성해 나가야

 

‘이데올로기 주입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비정규직 죽이는 노동개악 결사반대’ ‘국민 시찰하는 테러방지법 입법 막아야’…정치적 이슈에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접했을 법한 내용들이다. 언론뿐만 아니라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나 페이스북 등에도 관련 글이 연일 쏟아지고, 학내를 조금만 둘러봐도 관련 대자보나 토론회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민중총궐기에서는 나이, 성별, 학과를 불문하고 각양각색의 학생들이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며 본인의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이 학생이자 시민인 그들의 정치의식은 자유롭게 공론장에서 공유되고 토론을 통해 깊어진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가 활발히 소모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론 소비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의제들이 있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가장 밀접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바로 학내 사안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학내 사안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 그리고 학내 언론 등에 소속된 학생대표들은 여전히 학내 사안에 주목하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엔 이례적으로 많은 대의원이 참석해 긴 시간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들과 같은 담론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내 사안에 대해 대자보를 작성하거나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총학생회장이나 대학 총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학내 사안에 대한 관심도를 기준으로 두 집단이 극명하게 분리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내 거대 담론은 당연하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공론장 의제에서 탈락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비민주주의적 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몇 년째 이어지지만, 총장 선출 과정에서의 비민주성에 대한 논의는 잠시 고개를 내민 후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저마다 도출한 원인은 달랐을지언정, 그동안 ‘죽어버린 학생 담론’을 이야기한 이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학생들의 ‘소속감 부재’를 거론했다. 학교를 잠시 머물다 가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치부해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보다 근본적으로 학생들이 왜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도 존재한다. 1990년대 탈정치화 이후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확연히 줄었고, 취업난으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진 학생들은 더 이상 학내 정치에 참여해야 할 유인을 찾지 못한다. 필자가 친구에게 법인화의 문제에 대해 설파하는 도중 “공부나 하지, 법인화가 밥 먹여주냐”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들은 이유다.

일면 타당한 논리다. 하지만 이는 대학과 학생의 정체성을 ‘교육하고 교육 받는 자’로 국한시키고 만다. 대학은 단순히 교육을 받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선거 외에도 다양한 참정 행위를 시도하고, 학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실제로 시흥캠퍼스 RC 논의는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하에 보류됐으며, 반값등록금 열풍이 시작된 이래로 수년째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선 등록금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 스스로 공론장을 만들어 문제의식을 활발히 공유한다면 집단적으로 형성된 하나의 목소리를 정책 형성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그저 따분한 거대 담론이 아닌, 학생들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이자 대학생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일지도 모른다.

이상의 논의만으로 학생 담론에 관한 분석을 끝냈다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은 학내 정치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무관심한 것만은 아니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더라도 이를 전달받을 통로가 부족하고 소통의 창구가 어딘지조차 모르는 현실 속에서 정치 참여의 욕구는 사라지고 만다. 이를 감안했을 때 단순히 무관심이 현 상황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정보 부족과 무관심이 결합한 결과가 작금의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 학생대표들이 학생들과 더욱 많은 정보를 나누고 학생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의제를 던질 때, 동시에 일반 학생들이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일 때, 그제야 우리는 이 작은 사회의 공론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학내 사안이 활발히 논의되는 공론장 형성을 위해 노력하기, 아 물론 거기에 나도 빠질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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