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총학생회 산하기구 살펴보기- ③ 관악자치도서관

서울대에는 많은 도서관이 캠퍼스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경영학도서관, 사회과학도서관 등은 이미 학생들에게 익숙한 공간이 됐다. 반면에 학생회관 한편에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다. 학생운동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그곳은 바로 ‘관악자치도서관’(관악자도)이다.

관악자도의 전신인 자치도서관은 1996년 학생들 간의 소통과 연대를 위한 자치정보센터의 역할 수행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당시 자치도서관은 학생운동 관련 강연회를 개최하는 한편, 이른바 ‘금서’로 여겨졌던 학생운동, 노동운동과 관련된 서적을 보관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치도서관은 공간이 협소해 운영에 한계가 있었고, 사업을 이어갈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1999년 말부터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대학신문』 2001년 3월 19일 자) 그러던 중 2001년 ‘관악자치도서관 준비위원회’가 구성돼 자치도서관 재건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이후 관악자도가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편입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세칙상 관악자도는 학생사회의 기록 보존 및 학술 사업을 담당하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정해진 관악자도의 활동기조에 따르면 관악자도는 △학내외의 사회문제에 관한 학술적 탐구 △학내에서의 학술적 토론의 촉진과 정치적 공론장의 형성 △지식과 실천의 괴리 지양 및 사회적 실천에 연대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위의 활동기조에 따라 관악자도는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역사 읽기 책모임: 억압과 저항’ ‘학생 사회사 자료 연구’ 등의 상시사업과 ‘5월의 사회과학 주간행사’ ‘학내 사안 집담회’ 등의 기획사업을 계획 중이다. 특히 관악자도는 일상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관악자도를 개방해 학내 구성원이 자유롭게 이용하게끔 하고 있으며, 앞으론 학내 학회에 대한 지원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관악자도 김상연 관장대리(사회학과·12)는 “관악자도의 활동기조에 따라 사업을 구체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관악자도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8일(금) 학생회관에 위치한 관악자치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책모임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시사업 중 지난 1일(금) 처음 진행된 ‘역사 읽기 책모임: 억압과 저항’에는 9명의 학생이 참여해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바탕으로 열띤 논의와 토론이 이뤄졌다. 책모임에 참여한 강경희 씨(사회복지학과·16)는 “평소 책모임의 주제인 ‘서민의 삶에서 발생하는 실제적 모순’에 관심이 많았다”며 “책모임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관악자도는 그간 학생운동 자료를 보관하고 학생들의 학술 자치활동을 기획, 지원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해왔지만, 관악자도의 운영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관악자도는 인력 부족, 학내 구성원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거의 운영되지 않았다. 김상연 관장대리는 “지난해 관악자도 운영위원회가 2번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1학기 때 책을 구매한 것 이외에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악자도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론 운영위원의 인력 재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김상연 관장대리는 “관악자도는 동아리와 같은 인력 재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신입회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다음 해에는 운영위원이 돼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지속적인 인력 재생산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재생산 구조를 갖추기 위해 그는 “관악자도가 특정 시기에 어떤 사업을 진행한다는 하나의 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악자도는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 인력 충원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윤희 씨(자유전공학부·12)는 “관악자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관악자도에서 어떤 자료를 제공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연 관장대리는 관악자도의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 포스터, 총학생회 라인을 통한 카카오톡 홍보 등을 하고 있다”며 “당장은 페이스북 페이지 활성화에 대한 계획이 제출돼 카드뉴스를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운동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관악자도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기구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민철 씨(자유전공학부·12)는 “군부독재 타도와 같은 공통이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학생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이념 그리고 지속발전 가능성에 대한 고민 없이는 관악자도의 운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상연 관장대리는 “‘학술, 세미나 지원을 받으려면 관악자도로 가면 된다’는 학술사업에 대한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관악자도가 나름의 동인을 갖고 움직이는 주체적인 기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악자도는 학내 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 인력재생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구의 정체성 또한 모호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관심의 불빛이 사그라지고 있는 학생운동의 기억을 유지하고 학생 주도의 학회를 지원하기 위한 관악자도의 노력은 지켜볼 만하다. 김상연 관장대리는 학생들에게 “관악자도와 관련된 사업제안도 많이 해주고 넓은 의미에서 관악자도를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잠시 닫혔던 관악자도의 문이 활짝 열려 학술 교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사진: 장유진 기자 jinyoojang0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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