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인권포럼 '세월호, 진실과 기억'

지난 6일(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선 세월호 참사 2주년을 맞아 진실을 밝히고 기록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권센터가 주최한 제6회 인권포럼 ‘세월호, 진실과 기억’에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 ‘치유공간 이웃’의 이명수 대표,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집필진 등이 참가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 지난 6일(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세월호, 진실과 기억'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진실 규명, 권리 회복과 치유를 위한 첫걸음=먼저 세월호 진실 찾기의 의미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황 변호사는 모든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 ‘진실의 권리’가 있으며 이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고 말했다. 그는 ‘진실’엔 참사의 표면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누가 어떤 형태로 어디에 참여를 했는지가 포함되며, ‘진실의 권리’는 법의 지배, 민주 국가의 투명성, 책임성 등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희생자, 유족들의 권리를 넘어선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선 진실을 알 권리가 훼손된 현실에 대한 비판도 가해졌다. 참사 이후의 초동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에 해경은 퇴선 방송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정부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지휘 체계 구축과 구조 인원 증가를 요구하는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로 참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관심을 진상 규명으로부터 유병언 일가와 구원파로 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진실의 권리가 훼손됐지만 진실의 권리를 지켜주는 의무를 가진 국가는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린 지난해 11월 28일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법적 책임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시점”이라고 지적하며 “국가는 사과를 해야 하는데 청와대, 국회, 여야 어디에도 입장 표명이 없었고, 국가의 책임이 확인된 시점에 책임질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대전제로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는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트라우마를 발생시킨 외부 원인의 실체를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사 원인을 알지 못한 상황에선 유족들의 고통이 도돌이표처럼 계속 돈다고 비판하며 “실체를 알아야 유족들이 죄의식에서 벗어나 치유의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진실규명과 유족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일반 국민들이 시민으로서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고 이웃으로서 유족들의 고통에 공감해줄 것을 당부했다.

◇세월호 기록이 말해주는 것=2부에서는 『세월호 그날의 기록』(4인 공동집필)의 저자 박수빈 변호사와 박다영 작가가 집필 과정에서 세월호 관련 기록에 대해 느낀 점을 밝혔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참사와 관련된 약 15만장의 재판 기록과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정리해 참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 책이다. 박 작가는 참사 당시 피해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느껴 “참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고 기억을 넘어 기록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 또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법정 기록을 정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변호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느껴 집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용 구성에 대해 ‘왜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나’ ‘왜 세월호는 침몰했나’ 등에 중점을 맞춰 조사를 하려 했다고 밝혔다.

기록의 분석과 정리가 진실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작가는 “기록들의 작은 조각들을 조금만 맞춰 봐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기록 정리를 통해 “책임을 져야 할 수많은 주체들이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상부에의 보고에만 몰두한 것”에서 구조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집필진들은 수많은 기록들로부터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경들의 퇴선 방송, 탈출한 선원들과 구조한 승객으로부터의 선내 정보 획득과 현장 계획 수립, 선원들을 향한 승객 구출 명령이 있었다면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 말미에서 참석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 대표는 “노랑리본 달기, 세월호 관련 책을 사서 읽는 것 자체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며 진실 찾기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세월호가 정치적 문제로 퇴색돼 대학가에서는 금기시되는 단어지만 (세월호에 대해) 우리가 공유하는 아픔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는 것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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