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주최한 ‘MIT 글로벌 스타트업 부트캠프’(부트캠프)가 디캠프와 본투글로벌 판교 센터 등 서울의 주요 스타트업 기관에서 개최됐다. 부트캠프는 MIT가 예비 창업가를 발굴 및 육성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던것이 이번에는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의 스타트업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에서 창업의 열기가 분명 이전보다 뜨거워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 계속되는 취업난의 해결책으로 창업이 주목받으면서 여러 대학들은 기업가센터와 창업 관련 수업을 개설하는 등 공식적인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 역시 2014년 벤처경영학 전공과정을 신설해 학생들이 이론 학습과 실전 경험을 통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을 돕고있다. 벤처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벤처경영학 전공 과정에서는 창업에 관한 이론 수업뿐 아니라 실제로 사업을 진행해보는 강의를 시도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재정지원 역시 확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설된 전공인 만큼 아직은 교육과정이 체계적이지 않고 실전 경험을 해볼 수있는 기회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캠퍼스 내 창업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미국 MIT를 중심으로 미국 대학가의 기업가정신 교육 및 지원 현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 시작단계인 한국의 기업가정신 교육과 캠퍼스 내 창업 생태계 형성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본다.

 

 

창업에 실제로 도전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장 마련
MIT는 미국 대학 중에서도 창업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많고 기업 성과가 매우 뛰어난 학교다. 이에 따라 최근 MIT 졸업생들의 창업률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12월 기준 졸업생들이 세운 벤처기업 중 현재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수는 3만개 이상이다. 이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460만개, 총 매출은 연간 2조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를 거둔 데에는 다양한 산업 분야와 대학을 연결하는 대학의 체계적인 네트워크 시스템과 캠퍼스 내의 창업을 권장하는 문화가 밑거름이 됐다. 이곳에서 만난 지나 리우 씨(미국 MIT 재료공학과)는 “최근 캠퍼스 내상당수 학생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 회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박람회가 있을 정도고 학교에도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해커톤과 스타트업 관련 동아리들도 많다”고 말했다. MIT의 이러한 지원의 중심에는 ‘마틴 트러스트 기업가정신센터’(기업가정신센터)가 있다.

기업가정신센터의 오후는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활기찼다. 작업공간은 겨울 방학 4주 동안 진행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들로 북적였다.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르네 라울러 씨는 “여름방학에는 세 달 동안 훨씬 큰 규모로 진행되는 MIT 글로벌 파운더스 스킬스 엑셀러레이터(MIT Global Founders’ Skills Accelerator, GFSA)가 있다”며 “지난해엔 12개의 팀을 선발하는 데 140개의 팀이 지원했을 정도로 항상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GFSA 프로그램에 선발된 팀들은 자신들이 구상하고 있는 벤처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매달 2만달러까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벤처사업 영역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밀착형 멘토링도 제공받는다. 그리고 데모 데이(Demo Day)에 세 달 간의 결과물을 외부 투자자들과 언론에 선보이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MIT는 학생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기업가정신 과목을 통해 배운 이론을 실현시켜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도록 하고 있다. 르네 라울러 씨는 “기업가정신 과목의 중점 목표는 학생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졌을 때 그것을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모델로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MIT에서는 방학 동안 진행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뿐 아니라 매년 다양한 경진대회가 열린다. 특히 ‘MIT $100K 경진대회’는 9월부터 5월까지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되는 25년간 이어져온 대표적인 교내 경진대회다. 이경진대회는 피치(Pitch), 액셀러레이트(Accelerate), 런치(Launch) 등 세 가지 콘테스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가장 먼저 시작되는 피치 대회에선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90초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패널들에게 제안하고 평가받는다. 액셀러레이트 대회에선 주어진 예산으로 산업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얻으며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완성하고 런치 대회에선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다. MBA 과정에 재학 중인 지안 강 씨는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며 구상한 모바일 산업 관련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100K 경진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며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발표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르네 라울러 씨는 “$100K 경진대회는 일회적인 경진대회가 아니라 1년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경진대회로 학생들은 원하는 단계의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체계화하고 실제로 사업모델을 완성해가는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학생 간의 활발한 소통과 산업기반과의 체계적 연결

MIT의 기업가정신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교내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만나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장이 다양하고, 교실 바깥의 산업 영역과의 연결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르네 라울러 씨는 “기업가정신센터에서는 매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연사를 초대해 학생들과의 만남을 제공하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워크숍도 자주 열고 있다”며 “그 중 ‘섹터 프랙티스 리더스’(Sector Practice Leaders)라는 프로그램은 MIT의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학교와 실제 산업 영역을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에선 대표로 뽑힌 4명의 학생들이 에너지, 의료서비스, 금융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아트 총 4가지의 산업 분야 현장에 나아가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MIT 창업 생태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해 다른 학생들과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MIT 학생들은 클럽 활동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 및 사업 계획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도 하고 다른 전공의 학생들을 만나 팀을 이루기도 한다. ‘MIT 슬론 앙트러프러너십 앤 이노베이션 클럽’(MIT Sloan Entrepreneurship & Innovation Club, E&I)의 회장을 맡고 있는 지안 강 씨는 클럽 활동에 대해 “외부 기업가들과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함께 참여하는 발표 세션(Pitch night)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보완하면서 전문가와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클럽의 공동 회장 알렉산드라 헨더슨 씨는 “발표 세션 외에도 런치타임 세션에서는 기업가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해 스타트업과 관련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고 있다”며 “실제로 ‘레섬 앤 왓킨스’(Latham & Watkins) 로펌의 변호사를 섭외해 스타트업 관련 법률적 지식을 얻기도 하고 기업가로부터 멘토링을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MIT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술 및 공학 분야뿐 아니라 경영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학생 비율도 높기 때문에 학제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며 “소비자의 요구에 깊은 통찰력을 가진 소비자 및 시장지향적인 학생과 그러한 상품을 발전시킬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모여드림팀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에 실제로 도전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장 마련

최근에 한국 대학가에서도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고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 창업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미국 샌디에고에서 ‘나노 셀렉트 바이오메디컬’(NanoCellect Biomedical) 회사를 설립한 서울대 졸업생 조성환 씨는 캠퍼스 내에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가 아직 한국에는 완벽히 자리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는 대학원생들의 연구 주제와 결과가 좋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창업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다”며 “나노셀렉트 역시 박사과정 중 연구한결과를 바탕으로 특허를 내고 설립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원들이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학교 내에서 혹은 시정부,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각 단계에 맞는 자금 지원이 가능하고, 공동 창업자를 찾을 수도 있으며 특허나 투자 유치와 같은 법률적,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는 대학원생들이 석박사 기간 동안 얻은 양질의 연구결과에 비해 그것을 사업화해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비율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벤처기업 중 교수 및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의 비중은 2011년 6월 기준 8.55%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안 강 씨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실제 MIT 학생들은 학생 시절 경험했던 기업가적 실습(entreprenurial experimentation)에 졸업후 실제 현장에서 얻은 산업 부문에 대한 통찰력을 더해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창업에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조성환 씨 역시 “창업에 도전하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기초적 지식과 경험을 잘 쌓은 다음 대학원 또는 사회에 나가서 도전해도 늦지 않고 오히려 그런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만난 이들 모두 학교 및 사회 전반에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안 강 씨는 “창업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곳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기업 구조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승진하는 것을 성공으로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보다 이곳에선 기업가정신에 도전하는 것이 용기있는 것으로 장려된다”고 말했다. 창업에 호의적이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및 사회 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환 씨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 IT 및 테크놀러지 기반의 창업에만 창업 분야가 편중돼 있는 경향이 있다”며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훌륭한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한 창업이 촉진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셀러레이터: 경쟁적 과정을 통해 선발된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같은 교육, 네트워킹, 사업 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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