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문화재현상변경심의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에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등 환경단체는 모두가 사랑하는 산,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는 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법적 관문으로 문화재청이 허가할 경우 케이블카는 곧장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화 자산인 설악산의 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사업은 경제적 이득으로만 결정해서는 안된다. 국립공원은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한 국가와 국토의 혼을 담은 곳이다. 미국의 경우 국립공원에 화재가 나도 자연 치유를 고려할 정도로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한다. 또 설악산은 1965년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된 문화재기도 하다. 유네스코와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역시 설악산을 보존지역으로 설정할 정도로 설악산은 생물 다양성의 요람이며 멸종위기 종인 산양과 담비, 삵, 까막딱따구리의 서식지다.

따라서 케이블카 사업 여부는 환경 훼손 정도를 신중히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과거 세 차례 문화제 훼손의 이유로 사업이 불허된 케이블카 사업은 지난해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과 함께 재추진됐다. 환경부 역시 설악산의 가치를 인지해 산양 문제 추가조사, 멸종위기 종 보호대책 수립, 수익 15% 설악산 환경보존기금 조성 등 7가지 조건을 양양군에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환경부의 이러한 조건부 승인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 사업의 진행은 설악산의 환경을 크게 손상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오색 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검토한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원 측은 “입지의 적절성과 계획의 타당성이 미흡할 뿐 아니라,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심의 결과에 배치되고 부실 조사와 각종 오류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KEI의 검토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예상 산림훼손 면적과 수목량이 승인 당시 계획에 비해 증가했고, 동식물 현황 조사 범위 역시 계획보다 축소돼 케이블카의 지주와 노선 부근에서만 조사가 이뤄졌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만큼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설악산의 환경이 지역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파괴될 수 있다면, 경기 포천시 산정호수, 대구시 팔공산 갓바위 등 전국의 산과 바다 30여 곳에서 계획 중인 케이블카 설치사업도 환경파괴에 대한 고민도 없이 진행될 우려가 있다. 문화재청의 심의는 설악산 내의 35㎢의 환경만을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라 환경보존의 가치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가치와 견줘 위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선례의 의미를 갖는다. 지자체들이 궁여지책으로 남발하고 있는 케이블카 설치 제안들이 국토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를 원점에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인 것이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는 정부나 지자체의 입장과 관계없이 국민 전체를 위해 독립적 판단을 내릴 임무를 가진다. 문화재청의 심의를 앞둔 지금, 문화재위원회는 환경단체, 연구기관이 낸 근거의 타당성을 검토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심의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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