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동물들이 전설의 동물이 돼버린다면 어떨까?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많다. 멸종위기 종1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멸종위기 종1급으로 분류된 동식물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에 걸쳐 총 51종이다. 『대학신문』에서는 이처럼 동물들이 어떠한 위협에 처해 있는지 살펴보고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찾아 사진에 담아보았다.

무엇이 동물들을 멸종위기로 몰아넣는 것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학살과 밀렵은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준다. 지난겨울 먹이를 찾아 민가에 내려왔던 너구리는 사람들이 설치해놓은 덫에 걸려 다리가 골절됐다. 독수리는 총에 맞아 죽은 동물의 사체를 파헤치다 삼킨 총알로 인해 납중독에 걸려 서서히 목숨을 잃었다.

 

 

 

 

 

우리의 무지가 동물들을 위협에 처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몰래 키운 야생동물은 자연에서 생존해가는 능력을 잃어버려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길에서 어미를 잃은 아기새를 만나더라도 집으로 데려와서 키워서는 안된다.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 박용현 재활관리사는 아기새를 구조할 때 따라야 할 행동지침을 일러줬다. “새의 경우 다친 데가 없다면 일단 그 자리에 그대로 두세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선가 울고 있는 새가 있을 겁니다. 인간을 피해 잠시 멀리서 지켜보고 있으니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가면 됩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다면 날갯짓을 하다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나무에 살짝 올려주세요. 만약 아기새가 다쳤다면 빨리 지역구 관할에 전화하시고 가능하면 따뜻하고 어두운 곳에 담아 보호해주세요.”

▲ 한쪽 눈의 실명으로 먹이를 구하지 못한 부엉이가 기아 상태로 구조됐다.
▲ 다친 부엉이에게 수의사들이 링거를 맞추고 있다.

 

 

 

 

 

 

날카로운 것에 눈이 찔려 한쪽 눈을 실명한 부엉이가 먹이를 찾지 못해 기아상태에 이른 채 구조됐다. 이 부엉이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먹이를 찾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앞으로 이 부엉이는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회복을 위한 관리를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는 동물들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 다친 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있다.

▲ 납치된 새끼 부엉이들은 두려움에 형제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종복원사업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다. 반달가슴곰은 수년간 이어진 남획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해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반달가슴곰 종복원을 위한 사업을 추진했고, 현재는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모두 44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 그러나 종복원사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인력,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시행착오와 난관을 맞닥뜨리는 일도 빈번하다.

▲ 서울동물원에서는 토종남생이를 위해 매일 수질관리를 하고 있다.

서울동물원에서는 동물을 사육하는 일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일들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토종 남생이가 다른 외래종과 섞이지 않도록 별도로 보존하고 국내 멸종위기 종인 여우의 번식을 돕는 일 등을 맡고 있다.

▲ 호르몬 연구를 위해 10년 이상된 동물들의 배설물이 냉장고에 저장돼 있다.

서울동물원의 동물연구소에서는 호르몬 연구를 위해 동물들의 대변과 소변을 모아 연구 표본으로 만든다. 연구소의 냉장고에는 2005년도부터 수집해온 10년 넘은 표본들이 보존돼있다. 이렇게 오래 보관하는 이유는 기술의 한계로 현재 밝혀내지 못하는 것들을 오랜 시간이 흘러 과학기술이 발전했을 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유전자원은행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사자, 호랑이, 표범, 설표범, 재규어 등 맹수류를 보전하기 위해 배변을 통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동물들이 어떤 상태에서, 몇 마리나 생존해 있는지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 서울대 유전자원은행에서 연구원이 호랑이의 배설물을 유전자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특별히 호랑이를 사랑한다는 서울대 수의대 이항 교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호랑이 그리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학생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우리는 사람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에는 쉽게 귀를 기울이지만 동물에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가까운 반려동물이나 조금 더 나가서 가축이나 실험동물에게는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야생동물에게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동물들이 인간이 아니니까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선입견도 너무 강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이 교수는 멸종동물 보호를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좀 더 효과적으로 멸종동물의 보호를 위해서는 문화적 측면과 결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작은 관심에서부터 행동까지 우리가 멸종위기 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다양하다. 멸종동물들은 물론이고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동물들까지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삽화: 이종건 기자 jonggu@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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