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봄으로 물들었다. 학교 곳곳에 핀 형형색색의 꽃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음을 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봄의 물결이 유독 거세게 부는 곳은 다름 아닌 사범대다. 사범대에는 또 다른 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범대생에게 있어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교생 실습. 생애 단 한 번 뿐이기에, 딱 한 달만 피기에 더욱 찬란한 사범대생들의 꽃이 개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올해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는 학우들을 보다 보니 나의 작년이 떠올랐다. 내 생일에서 딱 사흘 후에 시작된 지난해 교생 실습은 지금까지 내 생애 최고로 행복했던, 동시에 최고로 힘들었던 생일 선물로 남아있다. 교생 실습은 매우 즐겁고 특별한 경험인 만큼 분명 힘든 부분도 많다. 누구나 처음 해보는 교생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5월 교생 선생님이 될 학우들에게 지난해 내가 느낀 점을 토대로 실습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기본적 소양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담임 교생으로서 학생, 동료 교생, 지도 교사들과 빨리 친해지는 ‘친화력’,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빨리 외우는 ‘암기력’, 학생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각각의 특성을 알아내는 ‘통찰력’, 그리고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교감하는 ‘공감 능력’ 등이 요구된다. 또 교과 담당 교생으로서 수업 내용을 고차원적으로 꿰뚫는 ‘사고력’,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하는 ‘흡입력’, 그리고 수업 중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점심시간에도 학생들과 상담을 해야 하기에 밥을 빨리 먹고도 체하지 않는 ‘소화력’, 아침잠과 밤잠을 모두 줄여도 학생들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정신력’, 그리고 빡빡한 일정을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는 ‘강철 체력’ 등도 갖춰야 한다. 위의 사항들 외에도 교생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능력이 있으나 아쉽게도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이렇게 열거해보니 교생 실습 이거 정말 사람이 할 일이 못 된다. 제대로 하려면 한도 끝도 없이 힘들어진다. 위 사항들에 부합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 신세를 지는 교생도 많이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30년 넘게 교편을 잡은 베테랑 교사 중에도 위의 조건들을 모두 갖춘 만능 선생님을 찾을 수 없는데 대학생 교생들은 오죽하겠는가. 사실 위에 열거한 각각의 능력들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것들이다.

그런데 교생에 임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만 있으면 다른 건 다 해결된다. 사랑의 눈을 가진 교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학생을 먼저 발견하고 그 아이의 친구가 돼준다. 사랑의 입을 가진 교생은 학생들의 미래를 꿈꾸게 하고 희망으로 가득 찬 밤하늘 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사랑의 품을 가진 교생은 하굣길에 짓궂은 장난을 치며 달려드는 아이들이 버겁기는커녕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이처럼 사랑을 가진 교생에게는 교생 실습의 매 순간이 행복 그 자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진실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면 그보다 훨씬 큰 사랑을 도로 받아온다는 것이다. 가르치러 갔는데 오히려 더 배워오고, 사랑을 주러 갔는데 오히려 더 받아온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런 경험, 정말이지 돈 주고도 못 산다. 학교 밖 세상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이 특별한 감정을 교생 실습 때만큼은 누구나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사범대 출신들은 교생 실습을 대학생활의 꽃으로 꼽는다. 사랑을 준비해가서 더 큰 사랑을 채워오는 교생 실습, 이보다 더 행복한 대학생활의 마무리가 있을까? 올해 교생들이 제각각 어떤 색과 모양의 꽃을 피울지는 알 수 없지만, 감히 확신하건대 그 모두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울 것이다. 이렇게 사범대생 각자가 4년간 정성스레 키워온 꽃이 그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는 순간, 하필 찬란한 5월에만 볼 수 있는 사범대의 ‘진짜 봄 풍경’이다. 참으로 가슴 벅찬 사랑의 향연이다. 그렇기에 교생의 계절은 봄보다 아름답다.

 

추준호

지리교육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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