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을 지나 계절의 여왕을 바라보며
잔인한 달을 지나 계절의 여왕을 바라보며
  • 대학신문
  • 승인 2016.05.0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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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숭덕 교수

(의대 법의학교실)

필자의 전공은 법의학(法醫學, foren-sic medicine)이다. 법의학은 ‘법의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의학적 사실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학문’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법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법의병리학(法醫病理學, forensic pathology)이 가장 기본이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등을 밝혀 법적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곤 한다. 필요하다면 부검(剖檢, autopsy)과 같은 침습적인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공이 그러한지라 대부분의 의사들에 비해서도 죽음을 많이 접하곤 한다. 사람의 생이 그러하듯이 죽음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고 또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다음은 최근 나의 눈을 끄는 죽음 관련 기사들이다.

 

[죽음 하나 - 고독사]

“지난달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55세 남성이 한 5개월 만에 거의 백골이 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혼 후에 홀로 지내던 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아무도 알지 못했고 (후략)” - YTN 뉴스에서

이렇듯 고독사 관련 기사는 수도 없고, 최근에는 취업의 어려움과 함께 청년층에서도 빈번해진다는 기사도 있다.

 

[죽음 둘 - 자살]

경기 성남시 한 주택에서는 아내와 함께 다량의 우울증 약을 먹은 50대 남성이 숨졌다. 방바닥에는 타버린 번개탄 2개와 타지 않은 연탄 2개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사업 때문에 채무가 많았고, 발견되기 전날 아내와 함께 우울증 치료제 200알씩을 먹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자살 관련 기사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고 뒤늦게 알려진 사건 뒤의 소식들은 우리의 안타까움을 더하곤 한다.

 

[죽음 셋 - 과로사]

15일 국토부와 00항공에 따르면 이날 새벽 태국 푸켓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00항공 부기장이 출발 직전 조종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당시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중이었다. 현지 의사는 심장마비를 사망원인으로 지목했다. (중략) 한편 국토부는 00항공이 조종사 피로 관리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 중이다.

다양한 죽음을 본 나도 새로운 죽음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 최근 사회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위와 같은 기사의 죽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람의 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럴수록 다음과 같이 생각하며 내 마음을 다잡아 보곤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동행은 참 중요하다. 어려우면 홀로 되고, 홀로 되면 더욱 어려워지는 생활을 우리는 흔히 접할 수 있다. 경쟁적인 사회일수록 이러기 쉽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그늘 중 하나가 경쟁적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같이 할 때 더욱 행복하고, 또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얼마전 국내 모 대학에서 학생 절대평가(pass, non-pass, honor)제도를 시행했더니 자기효능감이나 자애개념이 증가하고 학습 자체에 동기가 없는 상태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러한 제도는 또 없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자살을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도, 지금의 다급함에서 조금 떨어져 나나 주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 하지 않는가. 평생 가는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가끔은 느긋함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아름다운 현재를 우리는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지천으로 깔린, 행복을 의미하는 세잎 클로버 잎을 옆에 두고, 행운을 의미하는 네잎 클로버 잎을 찾고 있는 것과 같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칭찬하자. 가끔은 상도 주자. 여행이어도 좋고 잠시의 게으름도 좋겠다. 나에 대한 보답이고 또 다음을 위한 활력소 충전이다. 기계에도 정비를 위한 멈춤의 시간이 있다.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하지만 항상 4월은 아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참 어렵다. 그럼에도 꽃피는 봄에, 웃음으로 환한 얼굴의, 친구들과 같이 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 관악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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